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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니? 귀여니를 아시나요?”

쯧쯧. 귀여니를 모른다면 당신은 역시나 10대 혹은 젊은 세대는 아니다. 20대에게 <엽기적인 그녀>가 있었다면 지금의 10대에게는 <그놈은 멋있었다>가 있다. 사이버 세대인 10대들의 구미에 딱 맞는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의 저자가 바로 귀여니다. 본명은 이윤세, 18세.

순수한 10대들의 언어로 생생하고 가슴 뭉클한 10대들의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인터넷에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 날 출판사 황매에서 제의를 받아 지난해 12월에 <늑대의 유혹>과 올해 3월에는 <그놈은 멋있었다>를 출간했다. 인기 있는 기성작가의 경우 요즘 10만 권을 팔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귀여니는 출간한 지 얼마 안 돼 30만부 넘게 팔려나가고 있다.

귀여니를 사랑하는 팬들의 열기 또한 톱스타를 능가한다. 귀여니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 수가 30만 명이 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개설된 귀사모(귀여니를 사랑하는 모임)만도 370여 개다. 10대들이 열광하는 귀여니는 과연 누굴까? 지난 5월 13일 저녁 9시 채팅방으로 그녀를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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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전한 만남! 따뜻한 만남!이 있는 ○○채팅입니다 ◇

귀여니:오셨네요.

기자:진짜 만나기 힘드네요. 반가워요.

귀여니:네 저두^^ 반가워요^0^ 여기서 만나니까 너무 새롭네요.

기자:이런 데서 인터뷰하는 건 첨이죠?

귀여니:네 처음이에요.!^^

기자:매일 그렇게 늦게 일어나는 걸 보니까 밤 늦게까지 작업하나봐요?

귀여니:아. 한 밤 12시부터 새벽 4시 정도까지 소설을 써요.^^

기자:음… 밤에 글발이 잘 써지긴 하죠.

귀여니:네. 흐흐. 어둡고. 침침하고. 조용하니까요.^^

기자: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죠?

귀여니:만으로 18살이요.^^ 19살이죠. 85년 생이거든요.

기자:내년이면 스물. 저랑 딱 10살 차이나네. ㅋㅋ 난 서른을 앞두고 있는데 스물을 앞두고 있는 지금 어때요? 혹 다시 소설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귀여니:전 고등학교 2, 3학년 말구요. 1학년 때요. 그래도 그땐 별 압박감 없이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고, 하루하루가 재밌었던 거 같아요. 친구들도 굉장히 많았구요._!

기자:그럼 스무 살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귀여니:전 영원히 10대하고 싶어요.ㅠㅠ. 그냥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막연히 겁내고 있는 거 같아요. 음… 마음대로 울 수 없다는 것. 떼쓸 수 없다는 것. 책임져야 한다는 것. 이 세 가지가 겁이 나는 거 같아요.^^

기자:저… 죄송한 질문이지만 고등학교 때 소위 불량아는 아니었나요?

귀여니:헉. 저요? 모범생은 정말 아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 속썩이는 일은 삼갔죠. 겁이 많았거든요. 부모님이 엄격하진 않았는데, 제가 장녀고 또 나이에 비해 되게 노숙해요. 그래서 폐 끼치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요. 폐 입는 것도 싫고 끼치는 것도 싫고. ^^;

기자:그렇구나. 소설의 인물하고는 좀 다르네요?

귀여니:아니에요. 친구들이랑 있을 때 푼수 같은 모습은 닮았구요.^^ 혼자 집에서 우는 거, 남자한테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는 거, 질투 나도 안 나는 척하는 거.^^ 비슷해요. 또, 남자랑 만날 때도 스스로를 많이 자제하는 편이에요. 열 번 전화할 것도 2번 전화하구요. 편지 다섯 장 쓸 것도 한 장 쓰구요.^^

기자:에이. 요즘 10대 아닌 것 같아.

귀여니:네. 그렇게 하려고 맘먹는 건 아닌데 남자들한테 무뚝뚝하단 소리 되게 많이 들어요.

기자:가끔 친구들은 만나요?

귀여니:네. 요새 들어 통 못 보는데 기회 되면 무조건 보는 편이에요. ^^ 제가 글 쓰니까 만날 기회도 없고 그전만큼 가깝진 않아요.

기자:만나서 무슨 얘기들 해요?

귀여니:음… 또래 애들처럼. 옷 얘기, 외모, 남자얘기. 그 다음에 싫은 사람 씹어대기. ^^;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을 하나 씹지요. ㅋㅋㅋ 저도 모르게 재밌는 얘기 있으면 단어 하나로 압축해서 저장해놓고 있어요. 나중에 글감으로 쓸려구.

기자:인터넷 소설은 보통 얼마동안 작업해요?

귀여니:한 3달 정도 걸려요. 번외까지 다 마치려면요^^

기자:야… 꽤 빨리 썼다, 그죠?

귀여니:네. 막 안 쓰면 불안해서요.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바로 썼죠. ㅠㅠ. 인터넷 소설의 단점이죠. ㅠㅠ

기자:그럼 거기 나오는 멋진 남자는 누구예요? 실제 인물인가?

귀여니:은성이는 친구가 사귀었던 남자를 모델로 했어요. 제가 그 친구한테 매일 그 남자친구랑 있었던 일 수시로 묻고 재밌는 에피소드 있으면 부풀려서 쓰구요^^

기자:글 쓰는 거, 첨에 취미로 시작했죠?

귀여니:네. 정말 말 그대로 할게 없으니까 심심해서 시간 때우기로 시작했죠^^ 사실 첨에 인터넷에 글 올릴 때도 창피해서 친구들이나 부모님께 얘기도 못했어요. 근데 지금은 감성적으로 안 되는 건지 한계를 느껴요. 머리 속에 있는 모든 게 바닥났어요.

기자:창작의 어려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죠? 정서적으로 시달리구, 시간에 쫓기구.

귀여니:네, 그러다가 비난 글 폭탄으로 맞으면 완전 쓰러지죠. ㅠㅠ 정말 힘든 거 같아요.

기자:근데 어떤 비난의 글을 보내죠?

귀여니:기존문학에 대해 자부심 느끼던 분들이 인터넷 소설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나봐요. 그래서 요즘 들어선 완전 카페가 비평 글로 도배됐지요. 비평글이야 수용하기 나름이지만 비난글은 힘들어요. 기존문학. 정통문학. 하지만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는 제 소설이 유치하다 그러면서 끝까지 보더라고요!! ㅋㅋ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냥 제 글이 소설이 아닌 귀여니 실화처럼 다가가길 원해요. 말하자면 아주 생동감 있게요. 정말 옆에서 캐릭터들이 숨쉬고 있는 거 처럼요.

기자:숨~ 헉헉. 귀여니 지지하는 팬들은 어떤 것 같아요?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가?

귀여니: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지요! 근데 요샌 남자들도 읽어요. 헌데 창피해하더라구요

기자:왜요?

귀여니:알고 보면 남자들도 많이 읽는데 내색을 안 하죠. 그런 거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대대로 내려온 보수적인 그 성향. 남자는 연애소설 읽으면 안 된다! 이런 거요^^

기자:순정만화 안 읽듯이?

귀여니:네. 맞아요. 그거! 판타지 소설은 괜찮지만 연애소설은 안되죠.

기자:그럼 그 하이틴 로맨스와 비교되는 건 어때요? 하이틴 로맨스는 읽어봤어요?

귀여니:네 지금도 읽어요^ㅇ^ 전 아주 좋아하죠. >_< 허망한 얘기도 많지만 실상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니까. 더욱더 깊게 빠지는 거 같아요. 여자들이 꿈꾸는 건 맞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하이틴 로맨스죠. 꿈 많은 십대가 읽는 소설. ㅠㅠ.. 시간이 지나면 감수성이 더 바닥나겠죠.

기자: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귀여니:드라마 작가. 솔직히 너무 힘들 거 같아 망설여져요.

기자:지금 영화제작 중이라면서요?

귀여니:네. <그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이 계약을 마친 상태예요^^ 그냥 제가 아끼는 주인공들이 스크린에 비슷하게나마 옮겨졌으면 좋겠어요.

기자:올해 졸업했는데 대학 진학도 준비하실 건가요?

귀여니:네. 문창과 쪽으로. 그냥, 경험 트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그뿐이에요.^^

기자:그래요. 하시는 일 다 잘 될 거예요.

귀여니: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 신문 꼭 보내주시구요.

기자:먼저 들어가요. 난 뒷정리를 좀 할 테니까.

귀여니와 주인공 은성이 얘기며 첫 키스 장면, 좋아하는 연예인, 언제 한 번 여자기자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보라는 얘기까지 여러 자극적인 이야기를 유도하려고 노력했지만 귀여니가 고단수였는지 아니면 지극히 평범했는지 정확한 속내는 알 수가 없었다.

귀여니 소설을 두고 하이틴 로맨스니 유치한 10대 문학이니 하면서 문학성이 없는 글로 취급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10대 스스로도 공감하지 못하는 소설이라는 평까지.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에 있어 문화평론가들은‘이대로 문학이 순수문학성을 고집하며 대중의 외면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대중의 호응을 받으면서 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해서 귀여니 소설에 관한 평도 다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동갑내기 과외하기>, 지금의 귀여니 소설에 이르기까지 대중에게 파고드는 힘과 연속되는 흐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귀여니, 그녀에겐 분명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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