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법] 폭행‧협박과 공연성 사이
[모두의 법] 폭행‧협박과 공연성 사이
  •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 승인 2019.07.25 07:55
  • 수정 2019-07-24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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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변호사. ⓒ본인 제공
박찬성 변호사. ⓒ본인 제공

 

폭행‧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폭행‧협박이 규정상의 기본요건이다 보니, 폭행‧협박 사실 또는 폭행‧협박과 동일하다고 평가될 만한 기습적 신체접촉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상식적으로는 추한 행동이 맞는데도 법률상 유죄로는 판단되지 못하는 사례가 가끔씩 생긴다.

어느 하급심 판결의 사실관계다. 형부가 처제를 자기 방으로 불러서 마사지를 부탁했단다. 그런데 이 형부가 갑자기 처제가 보는 앞에서 속옷까지 다 내려서 성기를 노출하더니 그 상태로 추잡한 소리를 지껄이며 처제를 졸졸 뒤따라 다니기까지 했던 모양이다. 다만, 공개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형부라는 사람이 이때 폭행‧협박으로 인정될 만한 완력을 쓴 것은 아니었고, 방을 나가지 못하게 막았던 것도 아니었던 듯하다.

그러다보니 법원은 위 내용만으로는 폭행‧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상식과 일반인의 법 감정에 비춰 본다면 이상한 점이 적지 않지만, 법률가의 관점에서 볼 때 터무니없는 결론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법이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못 박아 두고 있거니와, 추행과 음란행위를 따로 명시해 구분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위 사례와 관련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직도 더 남아있다. 우리 법에서 음란행위는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때에만 처벌된다. 그나마도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뿐이다. 처벌 수위도 상대적으로 낮거니와, 여기서 말하는 공연성이란 불특정한 다수가 그 행위를 볼 수 있는 상태 또는 그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위와 같이 특정인의 밀폐된 방 안에서 음란행위가 있었다면 이때는 공연음란죄로도 처벌이 쉽지 않다. 지극히 중대한 맹점이다.

의사에 반해 추잡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피해자의 마음이 오죽했으랴. 말로써만 이루어지는 성희롱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는다. 때로는 범죄로 처벌되기 어려운 성희롱이 성폭력 범죄 못지않은 충격과 고통을 줄 수도 있다. 하물며 의사에 반하여 음란행위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면 이것으로 처벌의 필요성은 이미 넉넉히 충족되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공연성이 추가로 요구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공개된 장소에서 신체접촉 없이 피해자의 뒤에서 음란행위(이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자위행위’를 했다고 한다)를 했던 자를, 서울고등법원의 한 재판부에서 공연음란죄 아닌 강제추행죄의 유죄로서 그대로 인정했던 사례가 얼마 전 있었다. 다수의 판례와 견줄 때 이례적인 측면이 있는지라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다.

피해자가 입었을 굴욕감과 마음의 상처, 그에 따른 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서 검찰과 법원 모두 고심을 거듭했으리라. 다만, 필자의 사견으로는 엄한 처벌의 필요성이 있었더라도 명확한 입법이 있었던 것은 아직 아니므로 현 시점에서는 이를 공연음란죄로 다스리면서 그 형을 법에서 정하는 형량의 최상한선으로 무겁게 내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와 아울러, 음란행위의 경우에도 신체접촉을 수반한 추행만큼이나 상당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음이 분명하다면 이를 반영하여 공연음란죄의 처벌 수위를 지금보다 상향하는 법 개정도 함께 필요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독일 형법은 공연음란죄 조항 이외에도 공연성을 요구하지 않는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음란행위로 타인에게 일단 혐오감을 주었다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법 규정에 심각한 공백이 있음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입법부의 조속한 개선입법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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