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언/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간사

필자가 주장하는 일인일적제(개인별신분등록제)의 기본개념은 ‘가족 관계를 개인의 신분 관계로서 국가 공부(公簿)에 등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가족 단위로 편제하지 않고 개인별로 편제한다는 것입니다.

일인일적제에서 본인의 신분등록부에 기록돼야 할 것은 출생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생부, 생모가 기록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경우는 출생증명, 결혼증명도 따로 관리합니다. 즉, 국가 기관의 공부에 자신의 가족관계를 ‘등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세금이나 사회보장문제로 부양·피부양 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도 필요한 사람들만 해당 관서에 등록하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이 공시해 등기하지 않습니다.(사생활침해의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필자가 주장하고 있는 일인일적제는 우리 사회에 두 가지 커다란 변화(물론 매우 바람직한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첫 번째, 사회복지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은 국가의 사회보장책임을 개별가족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있건 없건 다수의 시선으로 말하는 결손 가정이건 정상가정이건 가족과 상관없이 한 사람의 개인 자격으로 존엄이 존중받고 국가로부터 국민의 보장된 권리인 사회보장혜택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호주제 폐지 후 신분등기방식만 일인일적제(개인별신분등록제)로 바꾸고 현재의 폭력적인 사회보장방식(개별가족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을 바꾸지 못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개인별신분등록제가 아닙니다. 어차피 그 가족 형태에 편입되지 못한 국민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장을 못 받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사생활이 확실히 보호되고 존중되는 시스템과 의식이 정착될 것입니다.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고 개인별신분등록제를 관철시켜야하는 이유는 기존 부부중심의 가족형태도 소중한 가족의 한 가지 모델이고 부부중심이 아닌 다른 가족형태도 역시 소중한 가족의 한가지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행 혈연관계중심의 가족만이 가족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들과(이분들의 생각을 존중합니다. 이분들에게는 이것이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 그렇게 살수 없는 사람들 역시 차별 받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무엇이 가족인지 ‘함부로’정의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법으로 규정할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가 개인별신분등록제의 당위입니다. 이 두 가지는 절대 양보할 수도 없고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호주제 폐지 후 무조건적으로 수용되어야 할 기본적인 전제입니다.

덧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호주제 폐지를 위한 특별기획단이 구성된다고 합니다. 호주제는 확실하게 폐지됩니다. 이제는 대안입니다. 가족부(핵가족별편제: 부부와 미혼인 자녀를 기준으로 편제하므로)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개인별신분등록제만이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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