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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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자신들이 아직 어렸을 때 공포스러운 욕정이 급습하여 괴로웠던 기억을 잊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잊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로 인하여 정말 무섭고 괴로웠기 때문이다.”클림트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다른 에곤 실레는 개성파들이 하나 같이 좋아하는 리스트에 올려놓는 화가다. 그 에곤 실레의 전기다. 1912년 미성년자 유괴와 외설적인 그림을 그렸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24일 동안 감옥생활까지 했던 에곤 실레는 스물여덟에 요절했다. 특이한 이력처럼 특이한 자신을 못 견뎌 자살한 건 아니고, 당시 전세계를 휩쓸었던 독감 때문이었다. 흔히 클림트의 영향을 받은 걸로 알려졌지만,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졌던 에곤 실레의 전기다. 전기도 전기지만, 에곤 실레의 독특하고 멋진 그림들을 무더기로 만날 수 있다.

구로이 센지 지음/ 다빈치 간/ 15,000원

모색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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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구자들이 2001년부터 펴낸‘학문후속세대의 새로운 전망을 꿈꾸는’모색 네 번째다. 이번 학문 세계의 자화상은 ‘여성 연구자’, 바로 대학원 사회의 성차별에 대한 보고서다. 여성연구자는 학문적인 토론의 상대자가 아니라 단지 연애와 결혼에 관한 객담의 대상일 뿐이라거나 “나는 여학생들에게는 절대 F학점을 안 준다.

여학생들은 빨리 졸업하고 나가라”고 첫수업 시간에 당당히 말하는 교수 이야기, 학문적인 논문의 주제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사사롭게 얘기할 수 있는 쉬운 연구로 폄하되며, 독립적인 학문 영역에서 배제되는 여성학, 교수 성폭력 사건 피해자였던 필자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겪은 일들을 담담히 정리한 ‘내가 겪은 교수 성폭력 사건’등. 그밖에 노무현 시대의 교육 정책 등 젊은 연구자들의 젊은 시선이 한가득 실렸다.

최이윤정 외 지음/ 이후 간/ 10,000원

나를 배반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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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으로 태어났지만 한국인으로 귀화한 후 한국에 대해 어떤 한국인보다도 더 예리한 시선을 보여온 박노자 교수의 신작이다. 이번엔 한국 근대사다. 염상섭의 <만세전> 주인공 이인화가 조소와 냉소에 그친 채 진정한 반(反)집단주의적 저항으로 나아가지 못한 후진형 개인주의자라거나 “개인주의가 사회·정치에 무관심을 의미한다는 오해만큼 지배계층에게 유리한 오해는 없다”며, “유행품과 개성을 동일시하는 최근 대학의 일부 신세대들의 소비주의적 태도는 권위주의적 극우 사회와도 잘 어울린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또 ‘여성운동 백 년의 딜레마’라는 장에서 밝힌 내용은 흥미롭다.“결국 박근혜에 대한 일부 진보적 페미니스트의 희망은 진보 진영의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실망의 반영이자 진보 진영의 뼈를 깎는 반성을 촉구하는 사항이다”라는 지적은 박근혜 논쟁의 핵심보다 말 꼬리 잡기에 거품 무느라 바빴던 뭇 진보적인 한국 남성들이 필독해야 마땅하다.

박노자 지음/ 인물과 사상사 간/ 10,000원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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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슐라는 태어날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손발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눈의 초점을 맞추지도 못했고, 심지어 편히 잠들지도 못했다. 전문의는 쿠슐라가 신체장애뿐 아니라 정신장애까지 있다고 진단했다. 태어난지 4개월 때부터 쿠슐라의 부모는 아이를 품에 안고 그림책을 계속 읽어주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만 3년8개월에 받은 검사에서 쿠슐라의 지능은 평균보다 높다고 평가되었다. 쿠슐라의 인지 발달 전반과 특히 언어 능력에, 그림책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책이 아이의 삶에, 우리 삶에 무엇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쿠슐라의 할머니다. 어린이 책과 읽기 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가 외손녀인 쿠슐라의 성장과정을 꼼꼼히 기록했다. 내버려두면 아이가 홀로 자란다고 믿는 부모들이 꼭 봐야 마땅하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도로시 버틀러 지음/ 보림 간/ 12,000원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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