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인 이대의료원장 “수익보다 사람… ‘환자 안전’ 최우선 삼았다”
문병인 이대의료원장 “수익보다 사람… ‘환자 안전’ 최우선 삼았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7.02 09:40
  • 수정 2019-07-06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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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문병인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장
이대서울병원의 강점 3가지
·전문의로만 이뤄진 ‘드림팀’
·연구 집중해 사회공헌 강화
·섬김·나눔·존중 정신 실천

“전 병실 3인실·중환자실 1인실…
‘환자 중심’이란 자세로 무장”
문병인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장이 지난 5월 23일 정식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이대서울병원을 안내하고 있다.
문병인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장이 지난 5월 23일 정식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이대서울병원을 안내하고 있다.

 

“의사는 병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병원은 첨단 의료기기와 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병원’인 한편, 환자를 대하는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이하 이대의료원)을 이끄는 문병인(59) 의료원장은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마음 아픈 사건을 겪으며 의료원과 의료진 모두 더욱 ‘환자 중심’이란 자세로 무장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진료를 시작하고 5월 정식 개원식을 가진 이대서울병원은 지하 6층에서 지상 10층까지 1014병상 규모의 대형 병원이다. 첨단 산업지구로 개발하고 있는 마곡지구에서도 이대서울병원은 세련되고 유려한 외양으로 금새 눈길을 끈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연결되는 통로에는 눈사람이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의 ‘스노우맨’(독일 공공미술 그룹)이 웃음을 자아내고, 2층을 중심으로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아트규브(Art Cube)가 환자와 내원객을 맞았다.

“건물을 ‘ㅁ’자 형태로 설계해 병실 어디든 채광이 잘 되고, 많은 시간을 누워 지내는 환자들을 위해 조명 위치도 조정했습니다. 소리, 빛, 색깔 하나도 세심히 신경을 썼습니다. 병원 곳곳에 환자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적어 넣었어요.” 문의료원장은 “환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의료 서비스”를 몇 번이나 강조했다. “섬김·나눔·존중 정신을 공간에서도 실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병원은 환자 뿐만 아니라 방문객, 의료진, 관리자, 입주업체, 거래업체까지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이에요. 100% 만족할 순 없겠지만 되도록 많은 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섬김·나눔·존중’은 1887년 국내 첫 여성 전문 병원인 ‘보구녀관’으로부터 이어져 온 이화의 정신이다. 보구녀관은 이화학당 설립자 메리 F 스크랜튼 선생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동대문 밖에 세운 병원이다. 보구녀관은 이대 동대문병원의 모태가 되었고, 이번에 이대서울병원에 당시 모습을 복원해 지었다.

-이대서울병원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전문의로만 이뤄진 ‘드림팀’이라는 게 첫 번째 강점이지요. 수련 과정의 전공의 없이 전문의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응급실에서도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왓슨이 질병, 질환 관련 영상 판독을 전문의보다 더 빠르게 하는 세상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병원과 의료 시스템도 끊임없이 변해야 합니다. 저희가 새 모델을 만들고 정부에 제시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소셜 이노베이션(social innovation)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입니다. 진료, 교육과 함께 대학병원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연구입니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대서울병원에 사회공헌부를 새로 구성했는데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과 함께 사회를 변화시킬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병원으로서 해야할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섬김·나눔·존중’의 정신입니다. 환자를 섬기고 이득은 나눌 것입니다.”

문병인 의료원장은 외과의사다. 유방암과 갑상선암 수술 분야에서 권위자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서울대에서 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이화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8년 의료원장에 취임했다. 문 의료원장은 손에 쥔 칼날처럼 단호하고 냉철할 것 같은 외과의사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언론에서 ‘환자에게 가장 설명 잘해주는 의사’ 타이틀을 달아 줄 정도로 대화를 통해 환자와 신뢰를 쌓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유방암으로 유방을 절제한 환자들은 암은 치료했을지라도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많아 ‘마음 케어’에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중환자실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은 의료원뿐 아니라 문 의료원장에게도 큰 타격이었다. 그는 “자식 잃은 부모의 애통함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겠냐”며 이화여대 동창 모임에서 엎드려 사죄했다. 이대서울병원을 ‘감염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기준병실 3인실, 중환자실 1인실로 설계한 것도 이 사고를 환자 안전을 위한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132년 전 세워진 우리나라 첫 여성 병원 ‘보구여관’. 병원과 의과대학 사이 부지에 복원한 한옥 건물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132년 전 세워진 우리나라 첫 여성 병원 ‘보구여관’. 병원과 의과대학 사이 부지에 복원한 한옥 건물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이대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기준 병실을 3인실로, 전체 중환자실을 1인실로 설계했습니다. 실제 이용한 환자와 보호자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병실이라는 공간은 치료와 간호 같은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일 뿐만 아니라 환자가 종일 거주하는 생활 및 숙식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있습니다. 기준병실 3인실, 전체 중환자실 1인실은 국내 대학병원으로서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이대서울병원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병원의 4~6인실 중심의 다인실은 환자 감염 위험뿐만 아니라 환자 밀집으로 인한 스트레스, 수면 방해, 사생활 노출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병상 당 면적이 10.29평방미터로 의료법상 1인실의 병상 당 면적 기준인 6.5평방미터 보다 50%나 더 넓습니다. 환자 만족도가 기존 4~6인실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2, 3인실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3인실에 입원해도 환자는 일반 병실료를 부담하면 된다.)

중환자실을 1인실 체제로 바꾼 것은 정말 눈여겨봐주십시오. 우리 병원은 중환자실 내부를 유리벽으로 분리해 독립된 공간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별로 집중 관리와 모든 처치를 합니다. 감염에 취약한 중환자들의 감염 관리에 유리할 뿐 아니라 다른 환자의 신음 소리나 기기 소음이 들리지 않고, 응급 처치 장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면에서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마곡지구는 공항과의 접근성이 좋습니다. 해외 환자 유치 계획도 있습니까.

“김포공항, 인천공항, 송도국제신도시 등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해외 환자 유치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암, 심뇌혈관질환 등 특화 육성하고 있는 중증 질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진료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국제진료센터에서는 또 해외 국가별 환자 맞춤 진료 서비스, 당일 진료 및 검사를 실시하는 원스톱 서비스, 외국인 전용 원무 창구 개설과 프리미엄 웰니스건강증진센터와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의료 서비스로 어느 나라에서 온 환자든지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강서구는 2015년 의료 관광 특구로 지정되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고시로 2023년까지 사업이 연장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강서 미라클메디특구협의회 회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강서구가 의료관광특구로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강서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만큼 이대서울병원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대서울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대목동병원이 있습니다. 서로 경쟁 관계가 될까요,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대서울병원 개원으로 양병원 체제가 구축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이대서울병원은 암, 심뇌혈관질환, 장기이식 등 고난도 중증질환에 특화된 세계적인 병원으로 육성하고 이대목동병원은 여성암을 비롯한 여성 생애주기별 질환, 소아 질환 등 그동안 축적해온 강점 진료 분야에서 특화 센터 중심으로 운영되는 병원으로 차별화할 것입니다. 의과대학 자리에는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연구의 가교 역할을 하며 이화의료원의 연구 및 의료 산업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문병인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병인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대의료원의 시작은 한국 최초의 여성 전문 병원 ‘보구녀관’이고, 이화여대는 우리나라 여성학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의료에서도 여성주의적 관점이 반영되고 실천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부터 132년 전에 여성병원이 처음 생겼습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지요. 국내 최초의 여성 전문 병원인 보구녀관을 모태로 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은 ‘섬김과 나눔’의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병원의 사회적 책임과 역사적 소명을 다하며 여성의술 132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성인지의학(Gender specipic medicine)’을 바탕으로 한 연구 및 임상 적용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인지의학’은 쉽게 말하자면 남자에게 잘 생기는 병, 여자에게 잘 생기는 병이 다르고 같은 병이라도 남녀별로 치료 효과가 다르므로 성별에 맞게 병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학문입니다.”

-이대서울병원이 환자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병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환자의 안전과 치료 효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병원을 설계할 때부터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도입했고, 병원에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환자의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동선으로 구성해 안전하고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많은 대학병원에서 문제가 되는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실 환자의 재실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응급실로 온 환자는 바로 전문 처치가 가능한 구역으로 이동해, 질환에 따라 바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해 응급의료센터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문 의료원장은 인터뷰 내내 의료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새롭게 구성한 사회공헌부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건강강좌, 무료 건강 검진 및 건강 상담 등을 펼칠 것입니다. 또 구청과 보건소, 주민자치센터, 노인회 등 각종 단체, 치매안심센터 및 정신보건센터등과 연계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은 물론 이화해외의료봉사단을 통한 해외 의료 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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