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마이크] 우리도 ‘파업’이 필요하다
[젠더 마이크] 우리도 ‘파업’이 필요하다
  •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 승인 2019.06.27 06:50
  • 수정 2019-06-26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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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임금 요구하며 거리 나선
스위스 50만 ‘여성파업’ 물결
“여성 연대로 세상 멈추겠다”는
의지 행동으로 보여줘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신임대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지난 6월 14일 스위스에서 ‘여성파업(Frauenstreik)’이 있었다. 지난해 스위스 의회는 성별 간 동일 임금의 원칙을 더 철저히 지키게 하겠다면서도 ‘직원 100명 이상 기업’에만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성노동자들은 의미없는 조치라고 반발하며 여성 파업(#Frauenstreik)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움직임을 확산했다. 이 목소리는 실제 6월 14일 여성파업으로 실현되었다. 이날 보라색 옷을 입고 모인 수십만의 스위스 여성들은 세 가지 슬로건을 내걸었다. 임금, 시간, 존중(pay, time, respect). 스위스 여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받는 임금과 연금에서의 성평등과 이를 실현할 제도를 요구했다. 또한 정규직 노동시간을 주 30시간으로 단축할 것과 가족부양을 위한 더 많은 휴가를. 그리고 직장에서의 성차별 대신 존중과 성차별적 폭력에 대한 무관용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임금을 받던, 받지 않던 여성파업은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형태의 참여와 목소리를 요청했다.

스위스의 성별임금격차는 12%로 36.4%인 한국의 ⅓ 수준이지만 유럽 안에서는 바닥권을 맴돈다. 스위스 여성들의 요구는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정당한 분노에서 촉발된 것이다. 수십만의 여성들이 모여서 자신의 평등한 임금과 더 나은 노동조건, 직장 안에서의 존중을 요구했다는 것은 매우 부러운 일이다. 우리는 언제쯤 저런 움직임이 가능할까 하는 탄식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감탄한 포인트는 조금 달랐다. 이것은 단순한 집회, 시위가 아닌 ‘파업’이었다. 2017년부터 매년 세계여성의날에 진행해 온 ‘3시 STOP 조기퇴근 시위’는 성별임금격차에 항의해 오후 3시부터 여성들은 무급으로 일하니 3시에 퇴근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여성파업을 타이틀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여성들의 성평등을 요구하는 파업 시위가 열려 로잔에서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여성들의 성평등을 요구하는 여성파업 시위가 열려 로잔에서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한한국 헌법은 분명 파업의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아직도 파업은 극단적 이기주의의와 동의어이며 파업 주체는 시민으로서의 노동자가 아닌 폭력집단으로 인식된다. 촛불혁명으로 수립된 정권 아래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폭력집회를 사주했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당하는 어이없는 오늘이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에게 파업을 하자고 권유하고 판을 짜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폭넓은 대중적 공감을 갖기 어렵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생존 자체를 위협당하는 한국에서, 노동이라는 단어조차 불온한 한국에서 파업이라는 방법은 생소하고 어쩐지 위험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총파업, 1991년과 2019년 스위스 여성파업, 2017년과 2018년 스페인 여성동맹파업을 기억해 보자. 역사적인 여성파업들은 노동 이슈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사회 전반에 걸친 성차별에 대항해 성평등을 가져오겠다는 강력한 염원을 말하고 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에 대한 폭력 중단, 숨겨지는 돌봄노동 인정과 배분, 가정과 직장에서의 존중에 대한 요구 등 여성의 모든 이슈를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콕 집어 ‘파업’이라는 형태를 취했던 것일까. 노동자가 노동을 하지 않으면 현장이 멈추고 다음 순간 세상이 멈춘다.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총파업 당시 학교와 우체국, 은행 등 대부분의 관공서와 회사가 문을 닫았고, 비행기가 뜨지 못 했으며, 결국 국가 전체가 멈추었다. 인구의 10%에 달하는 여성이 일을 멈추고 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파업은 노동자가 자신의 존재를 가장 힘 있게 드러내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이치로 그 순간 여성은 성차별 구조에 대항한 협상력을 갖게 되었다. 파괴력이 큰 만큼 노동자들은 파업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한다. 협상을 거듭하다가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가장 최후의 순간에 선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절박함과 물러설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개입된다. 또 파업은 기본적으로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다. 함께라는 명제 아래 연대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여성파업은 여성 연대의 힘으로 세상을 멈추겠다는 선언이자 의지이며 실제적인 물리력 행사의 방법이다.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총파업 당시 인구 22만의 아이슬란드에서 2만5000명의 여성이 파업에 참여했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성평등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인구 5000만인 스페인의 여성동맹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2018년 530만, 2019년에 600만이었다. 스페인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스위스의 인구는 824만, 이번 여성파업 참여 인원은 50만이었다. 나는 ‘10%의 법칙’을 제안한다. 인구의 10%가 여성파업에 나서면 그 힘으로 성평등을 향한 변화는 힘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제는 한국에서 여성 파업을 조직해 보고 싶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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