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노무현 정신과 성평등 사회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노무현 정신과 성평등 사회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9.05.24 01:37
  • 수정 2019-05-24 0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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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밀어 통합 중시하고
차별 없는 세상 꿈꾼 ‘노무현’
담대한 실천으로 정신 이어야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5월23일)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흘렀지만 국민들의 마음 속에선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현 정부는 유독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특권·반칙 없는 사회를 위한 투쟁”이라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의로움과 이로움이 충돌할 때 의로움을 위해 이로움을 버릴 수 있는 삶의 자세”를 꼽았다.

‘노무현 정신’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원칙과 소신이다. 그는 지역주의 청산, 정치 개혁, 균형 발전, 권위주의 타파, 남북 화해 등 다양한 정치적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 소신을 갖고 노력했다. 인생의 중요한 국면마다 한사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 보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고행의 길을 택했다. 1990년 자신을 정치에 입문시킨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추진했던 3당 합당을 반대하며 야당의 길을 걸었다. 현역 국회의원 시절 지역주의에 맞서 재선이 확실시되던 서울의 종로구를 버리고 부산에 출마해 연거푸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런 우직스럽고 바보스런 행동에 감명을 받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의 모임)가 탄생됐다. 노 전대통령은 평소 “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은 것이고 그 다음은 “원칙 있는 패배”라고 했다. 가장 나쁜 것은 “원칙 없는 승리”라고 했다. 그만큼 노 전 대통령은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원칙을 소중히 여겼다.

둘째, 강력한 책임성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실패를 결코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는 『운명이다』라는 자서전에서 “내 인생의 실패는 노무현의 것일 뿐, 다른 누구의 실패도 아니다. 진보의 실패는 더더욱 아니다. 내 인생의 좌절도 노무현의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셋째, 참여다. 노 전 대통령 묘소 너럭바위 기단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노 전대통령은 덕성 있는 시민들이 국정과 정치과정에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 할 때만이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런 신념 속에서 각계각층의 참여가 이뤄지는 ‘거버넌스’를 새로운 통치 양식으로 채택했다. 물론 정부의 능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참여가 급증함으로써 ‘참여 폭발의 위기’를 겪었지만 중앙 정부가 가지고 있던 권력과 권위를 다양한 행위자에게 위임·분산하려고 했던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넷째, 국익과 통합을 위한 용기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체결,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등 진보 세력이 극렬하게 반대했던 것을 추진했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친노 세력들을 향해 “나는 좌파 신자유주의자”라고 항변하면서 국익 우선의 정치를 펼쳤다. 그만큼 노무현 정신에는 ‘실사구시’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8월 탈계파정치와 상생정치를 위해 국무총리 지명권과 조각권을 한나라당에게 주는 대연정 방안을 제시했다. 그 누구도 해보지 않은 통합 지향적 정치 개혁 구상이었다. 2006년 4월엔 장외 투쟁하는 야당에게 참여정부 4대 개혁 입법 중 하나인 사학법 개정 문제를 양보하면서 꽉 막힌 정국을 풀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야가 싸울 때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지 계층으로부터의 미움 받을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서 통합을 지향했다. 이것이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다. 분명,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아프고 슬픈 역사다. 노무현 재단은 노 전 대통령의 10주기 슬로건을 ‘새로운 노무현’으로 정했다. 다양한 추모 행사를 펼친다고 ‘노무현 정신’이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담대한 실천이 따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정 꿈꾸던 사회는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차별을 낳고 있다. 난공불락의 남성 특권은 존재하고 여성은 남성보다 기회가 평등하지 않다. 이런 슬픈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노무현‘의 정신이 돼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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