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여성단체들 버닝썬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버닝썬 수사 결과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버닝썬 수사 결과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10개 여성단체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버닝썬 수사 결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더니 경찰 클럽 간 유착 의혹 등 핵심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버닝썬 사건의 재수사와 수사 책임자인 민갑룡 경찰청장,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여성 성착취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졌던 것은 계속해서 이어져 온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권력자들의 유흥을 위해 기업인들의 비즈니스를 위해 남성연대의 성 유흥을 위해 착취당해왔다”며 “(버닝썬 사건은) 성폭력 사건 등 명백한 인권 침해 사건임에도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성산업 카르텔과 다름없는 버닝썬에 대한 경찰 수사에 온 국민이 실망했다”며 “처음부터 초동수사 대응에 실패하고 수사인력을 150명이 넘게 늘리고 56명은 유착의혹으로 배치하고도 이 결과밖에 나오지 못함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클럽 버닝썬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침해하는 범죄의 온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은 강간문화, 남성카르텔, 성산업의 불법적 구조를 드러내고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투 또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요구였다”라며 “그러나 정부와 국회, 국가는 땜빵식 임기응변 대책 중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국가기구인 경찰은 여성에게 일어난 성폭력 문제를 성역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했어야 했으나 구속 수사조차 안 된 것은 가해자들에 강력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은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되는 해"라며 "우리 여성들에게 모든 공간은 강남역이고, 모든 장소는 클럽 버닝썬이다. 우리는 권력형 성범죄인 버닝썬, 김학의, 고 장자연 사건을 철저히 규명하고 가해자 처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그는 “다양한 사실이 공중파 뉴스와 다큐프로그램에서 다뤄지고 개인들의 실생활에서 직접 겪은 사실이 공유되며 다양한 층위에서 증명됐다”며 “모든 것이 밝혀진 마당에 이런 수사결과를 내보낸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고 앞으로도 여성착취를 계속 방조하고 협조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선언으로 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15일 “나름 최선을 다했다”며 버닝썬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에 대한 구속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경찰은 “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카톡방에서 일명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모 총경은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됐다. 또 버닝썬과 역삼지구대 간 유착 의혹은 ‘정황없음’으로 마무리 됐다. 

버닝썬 게이트의 발단이 된 폭행 피해자 김상교씨(28)는 성추행 혐의와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경찰은 분명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는 자세로 버닝썬 수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우리는 버닝썬 수사 결과를 접하고 경찰의 명운이 기어코 경각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발표에 따르면, 경찰과 성산업의 유착관계는 혐의가 없고, ‘경찰총장’ 윤총경도 혐의가 없고, 승리를 비롯한 클럽 버닝썬의 핵심인물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경찰 152명이 매달려 3개월 넘게 진행한 수사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경찰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결과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분노한 국민들은 지금 부장판사 신종열의 해임과 특검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청원 “승리 구속영장 기각한 신종열 판사 해임 건의”, "버닝썬 불법 향응, 소비, 범죄 가담 VVIP 고객 수사 착수 및 유착 공권력 특검, 청문회를 청원합니다"이 벌써 각각 5만 명을 돌파했다. 19일 일요일에는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 25일 토요일에는 '버닝썬 게이트 규탄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진심으로, 이렇게 버닝썬 수사를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클럽 버닝썬에 대해 공공연히 드러난 내용만 해도 다 나열하기 어려워 구조도로 요약한다. 과거 이경백 사건에서부터 되짚을 수 있는 경찰과 유흥산업의 일상적 유착, 클럽 아레나와 아레나를 벤치마킹한 버닝썬의 ‘강간’ 판매 방식, 윤총경과 유리 홀딩스의 커넥션, 승리, 정준영, 최종훈, 유인석(유리홀딩스 공동대표), 버닝썬 MD 김씨, 권씨, YG 전 직원, 정준영 친구로 이루어진 강간 촬영물 공유 단톡방까지 다양한 사실이 쏟아져나왔다. 해당 내용들은 공중파 뉴스와 다큐프로그램에서 다뤄지고 개인들이 실생활에서 직접 겪은 사실이 공유되며 다양한 층위에서 증명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밝혀진 마당에 이런 수사결과를 내보낸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며, 앞으로도 여성착취를 계속 방조하고 협조하겠는 의미를 가진 선언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경찰은 분명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는 자세로 버닝썬 수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 말은 제도의 테두리에 위배되지 않게만 수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경찰의 명운'이라는 표현이 붙은 것은 이 수사가 보다 본질적인, 경찰의 존재이유가 되는 정의를 증명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황이 ‘명운’을 건 결과라면, 경찰의 명운은 다한 것이다. 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겠다. 버닝썬은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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