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식구’만 높인 호칭
남녀 98%가 ‘문제 있다’

가족 구성원 성별·세대 넘어
서로 동등하게 존중돼야

한부모·다문화·1~2인 가구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가족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와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급변하는 현상도 가족 호칭을 정비해야 할 이유로 꼽힌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 뉴시스·여성신문
한부모·다문화·1~2인 가구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가족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와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급변하는 현상도 가족 호칭을 정비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 뉴시스·여성신문

 

가족 간의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사용하기 편하도록 정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결혼 이후 사용하게 되는 가족 호칭에 담긴 성차별적인 문화부터 용어 사용으로 인한 불편함으로 가족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저해한다는 문제는 과거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논의돼왔으나 이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호칭 개선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34건이나 올라왔다. 이 중 2017년 12월 게시된 ‘여성이 결혼 후 불러야하는 호칭 개선을 청원합니다’에는 3만3293명이 청원 동참에 참여했다.

올해 초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정책개선 제안 사이트인 ‘국민생각함’에서 진행된 ‘도련님·서방님·아가씨’ 호칭 사용 설문조사에서 5700명 중 여성 93.6%, 남성은 56.8%가 바꾸는데 찬성했다. 그리고 남편의 동생만 높여 부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98%가 ‘문제 있다’고 응답했다.

또 한부모·다문화·1~2인 가구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가족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와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급변하는 것도 호칭의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2017년 기준 한부모 153만 가구, 다문화 31.6만 가구, 1인 가구 562만 가구에 달한다. 또 ‘결혼해야 한다’는 2010년 64.7%에서 2018년 48.1%로 감소했고, 동거를 동의하는 비율은 2010년 40.5%에서 2018년 56.4%로,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출산해도 된다’는 인식은 2010년 20.6%에서 2018년 30.3%로 증가했다.

여성가족부는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으로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 실현을 위해 성차별적 가족 호칭 개선을 추진하고 2019년 ‘성 비대칭적 가족호칭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가족 호칭 토론회’에서도 용어 정비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 위에서 참가자들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발제를 맡은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호칭이라는 건 서로를 부르는 말이기 때문에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행복한 가족이란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가족인데, 부르는 말이 불편해서 말이 하기 싫어지고, 말을 하기 싫어지면 만나기가 꺼려지고, 만나기가 꺼려지면 당연히 소통도 안 되고 만나기가 꺼려지는데 행복한 가족이 될 수가 없다”면서 “이제는 언어 사용자들이 변화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은 “‘가족 호칭’은 거의 일방적으로 여성에 대해 남성 우위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오늘날 수많은 ‘각성한 여성’들에 의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고 평소에 양성 평등 문제에 예민하지 않던 여성들도 이 부분에서 쉽게 불평을 하기 쉬운 면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가족 호칭은 가족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물론 오랜 전통을 반영한 우리 고유의 문화를 담고 있어 무조건적으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아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은 “가족 간의 호칭과 관련한 논의는 성별과 세대를 넘어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 호칭 용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가적인 대안 호칭을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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