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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더니 어느새 공제세일즈 왕이 돼 있더군요.”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방카슈랑스를 두고 논란이 일면서 방카슈랑스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는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에서 직접 보험상품을 파는 형태. 그러나 이미 국내에서도 방카슈랑스는 진행되고 있었다. 농협중앙회 경기도 고양시 능곡지점 권순옥(40) 과장대리(공제상담역)가 그 산 증인.

“1983년도에 농협 구리 지점에 입사했어요. 그 때부터 공제보험을 시작했죠. 기본 업무 가운데 한 부분이었거든요. 1999년 공제계 일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에 매달렸어요.” 농협이 다른 은행과 달리 방카슈랑스를 먼저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답은 농협법에 있다. 1967년에 농협법이 바뀌면서 농협에서 공제사업을 할 수 있게 돼 방카슈랑스를 40년 전부터 해올 수 있었다.

농협의 방카슈랑스인 공제보험 일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권 과장대리의 말을 들어봤다.

“일반 은행 업무를 보면서 창구에 오시는 손님께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일이에요.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은행을 찾는 손님들이 보통 바쁘시잖아요. 뒤에서 기다리는 분도 있고. 그런 분들을 잡고 보험 이야기를 하는 게 시간적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쑥스러운 마음도 크죠.” 그럴 만도 하다. 보통 보험설계사들이 한 사람을 고객으로 잡기 위해 긴 시간 상담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은행에서 보험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권 과장대리는 평범한 원리로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친절하고 빠르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보험 있으세요? 하면서 시작하는 게 기본이죠. 그러면서 농협에서 보험에 가입하면 편리할 뿐 아니라 값도 싸다는 점을 강조해요. 물론 아주 친절하고도 편하게요. 그러면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세요. 그리고 농협에 찾아오는 분들은 그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아 또 보게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권유를 할 수 있죠.”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고 했던가. 이렇게 기본을 지키면서 공제보험 일을 한 권 과장대리는 이 일을 시작한 지 1년째인 지난 2000년에 54억원의 실적으로 ‘공제세일즈왕’을, 2002년에는 150억원 가까운 실적을 올려 ‘연도대상’도 받았다. 여기서 잠깐 주목할 부분은 농협에서 주는 공제세일즈왕·연도대상 모두 3년 실적을 바탕으로 하며 한 번 받으면 더 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공제 세일즈왕과 연도대상 수상

“은행 업무를 하면서 공제보험 일까지 하려니 힘들기도 했죠. 가끔은 회의가 들어 중간에 포기하고도 싶었어요. 그래도 친한 사람들한테 가입 권유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죠. 찾아오는 고객에게 충실하자는 마음으로요. 실적이 너무 없어 기운이 빠질 때면 ‘오늘은 세 건만 해야지’하는 식으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무조건 많이 하겠다는 욕심을 접는 순간 이상하게도 다시 잘 되더라구요.”

공제세일즈왕과 연도대상을 탈 수 있었던 비결은 이미 다 드러난 것과 다름없지만 조금 더 들어보자. “상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기왕 시작한 거 잘해야겠다고 다짐했거든요.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설계사 이상으로 각 상품에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열린 마음으로 고객을 만나는 거예요.”

권 과장대리는 공제세일즈왕이 되고 난 후에 여러 지점에서 후배들에게 공제보험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농협에 들어온 후배들 가운데 은행 일을 하면서 공제 일까지 하는 걸 힘들어하는 경우가 더러 있죠. 하긴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도 많이 봐요. 그들에게 자기의 잠재된 영업 능력을 스스로 발견해 보라고 이야기를 하죠. 아직까지는 일반 은행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자기 경력도 쌓이는 거라구요. 일단 용기를 갖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해요. 여기다 상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까지 갖추면 고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서 이 일을 하기가 훨씬 쉬워져요.”

히딩크 감독이 즐기면서 축구를 하라고 했던 말을 참 좋아한다는 그는 정말로 자기 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직함인 ‘과장대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농협은 처음에 입사하면 바로 주임이 되고 그 다음에 계장을 거쳐 과장대리가 되죠. 과장대리는 과장이 되기 전 단계예요. 과장대리가 된지는 한 7∼8년 됐어요.” 그는 언제쯤 과장 직함을 달 수 있을지 궁금했다. “과장은 과장대리가 된 후 승진시험을 거쳐 될 수 있는 자리죠. 저도 2000년에 승진시험을 봐서 붙었지만 아직 승진발령이 나지 않은 상태예요. 조용히 기다리고 있죠.”

권 과장대리에 따르면 농협에는 여성 과장이 10%도 채 안 된다. 과장의 위 직급인 차장급에도 여성은 거의 없는 편. 왜일까? “여성들이 승진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과장 이상은 당연히 남성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할까요. 그러나 96∼97년 즈음에 비로소 여성들에게도 승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어요. 저도 좀 늦게 깨달았죠. 그래서 시험도 2000년이 돼서야 본 거구요.”

올 초에 승진인사는 이미 진행됐으니 ‘과장’은 빨라야 내년이다. 특별히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그지만 공제보험의 대가인 그를 농협이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같다. 얼마 전 외국 보험회사에서 연봉 10억을 내걸고 스카웃을 제의했지만 농협에 뼈를 묻고 싶어서 그 제의를 거절도 했던 그니까.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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