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8진 다큐로 부활
모스크바 8진 다큐로 부활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5.17 08:55
  • 수정 2019-05-16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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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김소영 감독
고려인·이주 노동자 지속적인 관심
러시아 혁명기의 연해주 볼세비키
김알렉산드라 영화로 계획
지난 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의 김소영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의 김소영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북한 청년들이 김일성 체제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이념을 지켰다는 게 중요해요. 김일성을 비판했지만 이들은 순수하게 북한을 사랑했습니다. 영화 제목이 ‘굿바이’인데 ‘마이 러브’이잖아요. 애증을 표현한 거예요.”

지난 2일 개봉한 김소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굿바이 마이러브 NK: 붉은 청춘’은 한국 전쟁 때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현지에서 망명한 여덟 청년을 담았다. 새롭게 발전하는 조국을 위해 똘똘 뭉쳤던 이들은 1956년 김일성 유일체제의 기초를 다진 종파사건을 1인 독재로 비판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1958년, 소련 망명이 허락되자 이들은 모스크바 근교 모니노 숲에서 ‘8진’이라 불리는 결사체를 맺는다. 작가, 배우, 감독, 촬영기사가 된 8진은 시베리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구 소련 곳곳으로 흩어졌다가 카자흐스탄으로 하나 둘 모여 서로를 지지하고 붙들어주며 영화를 만들었다.

북한의 여덟 명의 청년은 북한의 김일성 체제를 비판한다.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이들은 구 소련으로 망명한다. ⓒ시네마달
북한의 여덟 명의 청년은 북한의 김일성 체제를 비판한다.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이들은 구 소련으로 망명한다. ⓒ시네마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에는 한대용의 아내인 지나이다 여사가 나온다. 그는 역사의 교훈을 증언한다. ⓒ시네마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에는 한대용의 아내인 지나이다 여사가 나온다. 그는 역사의 교훈을 증언한다. ⓒ시네마달

‘굿바이 마이 러브~’는 19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14일까지 1954명의 관객을 만났다. 개봉 첫 주말 수백만 명을 넘긴 할리우드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치 미약한 수이지만.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간 사람들을 어떤 영화보다 극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소영 감독은 8진 중 최국인 감독과 김종훈 촬영기사를 카자흐스탄에서 만나 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영화사 총서 토대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소련과 러시아 쪽의 자료를 찾다가 최국인 감독의 이름을 봤고 생존해 계신 것을 알고 2014년 알마티로 가서 만났습니다.” 북한 출신으로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중앙아시아의 주목할 만한 감독이 된 최감독이 한국영화사를 어떻게 새롭게 쓸 수 있게 만들까 하는 관심이었다. 배우로도 활동했던 최감독과 8진 중 막내뻘이었던 김종훈 감독은 뜨겁게 역사를 증언했다. “언제나 자체 교양에 노력할 것” “항상 동무들의 사업과 생활과 의식 수준에 대해여 적극적인 관심을 들이며~~필요하면 토의에 붙일 것” “도덕적으로 손색없는 인간으로 될 것” 등 모니노 숲에서 결의한 7개항을 가슴에 품어 지켰다. 최감독은 이듬해 5월 세상을 떠났다. 김감독의 영화가 아니었으면 그냥 사라져버릴 뻔 했던 역사였다.

지난 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의 김소영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의 김소영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진, 여덟명의 삶을 증언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8진 중 한 명인 작가 한진(대용)의 러시아인 아내 지나이다 이바노브나. 그는 빛바랜 흑백 사진을 들고 이들이 얼마나 나라를 사랑했는지, 또 얼마나 서로를 사랑했는지, 역사의 교훈을 증언한다. 김감독은 “지나이다 여사를 통해 역사와 인간을 드러내는데 여성주의적 성찰을 거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으로 김 감독은 ‘망명 3부작’을 완성했다. 첫 작품은 ‘눈의 마음 : 슬픔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2014). 1937년 스탈린 치하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했던 고려인들의 후손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려아리랑: 천산의 디바‘(2016)에서는 카자흐스탄의 고려극장이 배출한 최고의 디바 이함덕(1914~2002)과 방타마라(1942~)의 흔적을 좇았다. 김 감독은 연해주에서 극동인민위원회 외무위원장으로 활약하다 러시아 혁명기 사형당한 김알렉산드라(1885~ 1918)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 감독은 여성영화집단 바리터에서 여성노동자들 이야기를 담은 ‘작은 풀에도 이름이 있으니’를 만들기도 했다. 여성의 눈으로 삶과 역사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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