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W Report] 낙태죄 폐지 넘어 ‘Free to decide, Free to choose’
[CSW Report] 낙태죄 폐지 넘어 ‘Free to decide, Free to choose’
  •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승인 2019.05.20 11:18
  • 수정 2019-05-2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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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W Report 연재를 마치고]
여성의 선택과 결정 보장
위해 사회적 시스템 어떻게
구축해갈 것인지 논의해야
3월 1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포럼 ‘여성들의 해방의 필수적 조건으로서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보편적 접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Free to decide, Free to choose”’ 현장. ©백미순
3월 1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포럼 ‘여성들의 해방의 필수적 조건으로서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보편적 접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Free to decide, Free to choose”’ 현장. ©백미순

“지금의 상태로는 위험해서 포럼을 시작할 수 없으니, 좌석에 앉지 못하신 분들은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30여분 동안 여러 차례의 안내와 장내 정리가 이뤄진 후에야 포럼 <여성들의 해방의 필수적 조건으로서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보편적 접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Free to decide, Free to choose’>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이 포럼은 제63차 유엔(UN) 여성지위원회(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CSW) 부대 행사의 하나로, 스웨덴과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가족계획연맹(International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Planning Familial, the She Decides movement(SheDecides) 등의 주도하에 2019년 3월 13일 오전 11시30분부터 뉴욕 유엔본부 빌딩에서 열렸다. 시작 전부터 몰려 든 참가자들이 통로에 앉거나 서 있는 바람에 장내가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가 되자 안전을 이유로 좌석에 앉지 못한 사람들을 내보내고서야 포럼이 시작되었다. 낙태와 재생산권 관련 주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열의와 관심은 이 포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날 앞서 벨기에 측이 바로 옆방에서 개최했던 포럼 ‘낙태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로’는 이른 아침인 8시 15분에 시작되었지만 참가자들이 너무 많아 필자는 안으로 들어 가보지도 못하고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낙태의 비범죄화가 이뤄진 유럽 국가들에서 낙태 관련 담론이 과연 어떠한 틀에서 논의되고 있는지, 낙태 관련 현황과 주요 의제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낙태죄 폐지와 재생산권 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필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번 CSW를 통하여 낙태를 포함한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각국 여성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포럼 주최의 하나인 SheDecides는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글로벌 캠페인이자 이를 주도하는 운동체이다. 2017년 초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 50여 개국과 많은 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낙태를 옹호하거나 낙태에 관한 정보를 지원하는 외국 NGO에 대한 모든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운동이다. 이 운동은 낙태의 금지나 처벌이 낙태의 감소가 아닌 안전하지 않은 시술과 모성 사망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 정부 역시 유럽 및 전 세계의 모든 여성과 젊은이들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보장을 위해 SheDecides 운동의 지원에 나섰다. 이는 프랑스와 스웨덴 정부의 페미니즘 외교정책의 일환인데, 최근 선진국들은 페미니즘을 국내뿐만 아니라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삼아 여성인권과 성평등의 국제적 실현을 위해 자원과 역량을 배치하고 있다.

사회적 보호와 공공 보건 시스템이 어떻게 성과 재생산 권리를 더 잘 보장하고 보호할 것인가라는 이 포럼의 주제는 올해 CSW의 주제인 성평등과 여성, 여아의 역량강화를 위한 사회보호체계, 공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 지속가능한 인프라는 점에 맞춰진 측면도 있지만 낙태 관련 논의의 국제적 추세가 낙태죄의 비범죄화를 넘어서 여성의 선택과 결정의 온전한 보장을 위해서 사회적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갈 것인가의 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임신 중단에 대한 결정을 존중하고 보장한다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안전한 의료서비스에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나 편견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함을 의미한다. 낙태죄 폐지 찬반에 갇혀 있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논의의 방향이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포럼에서 다뤄진 생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으로서 성교육, 의료체계, 법적, 사회적 기반 등에 대하여 우리 사회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성신문이 8회에 걸쳐 연재한 CSW 리포트는 다양한 방면에서 여성의 선택과 결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세계 각국 정부와 NGO의 현재 이슈를 알 수 있는 감동적인 공론장이자 연대의 장이었다. 내년 CSW에서 우리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의 반가운 소식을 전하며 진전된 법적, 제도적 변화의 상황을 공유하는 재생산권 관련 Side Event를 개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본인 제공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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