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모으고 앉으세요-의자가 만드는 여성
다리를 모으고 앉으세요-의자가 만드는 여성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5.13 10:50
  • 수정 2019-05-15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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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기획전
'재분류: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
윤석남, 김인순 등 여성 작가 17인 작품 전시
12월15일까지
송상희 작가의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바른 자세로 앉기' ⓒ수원시립아이파크
송상희 작가의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바른 자세로 앉기' ⓒ수원시립아이파크

프린트 속 한 여성이 치마를 입은 채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아 있다. 두 손은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두고 무릎과 발목은 사선이 된 채다. 이 여성이 앉은 의자의 모습이 기괴하다. 철제로 된 의자에는 사선으로 앉을 수밖에 없도록 의자 위아래로 고리가 달려 있다.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요를 연상하게 한다. 프린트에는 중학교의 사진과 화장실 변기에서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이 있다. 학교에서부터의 학습이 얼마나 무서운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장품 기획전 ‘재분류: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는 여성주의 미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주고 각자 해답을 찾을 기회를 준다. 윤석남, 김인순 등 여성 작가 17명의 작품 17점을 전시한다. 여성주의는 여성에 대한 억압 및 차별에서 해방하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지만 미술에서는 그보다 다양한 것들을 담아냈다. 기획전 전시명의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에서 차용한 것으로 여성을 감수성과 영감의 원천인 밤으로 형상화한 표현이다. 동시에 여성과 남성, 낮과 밤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뜻이 담겨 있다.

김인순 작가의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 강렬한 나무뿌리가 인상적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
김인순 작가의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 강렬한 나무뿌리가 인상적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
박영숙 작가의 '헤이리 여신 우마드'. 풍요를 상징하고 있는 여신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
박영숙 작가의 '헤이리 여신 우마드'. 풍요를 상징하고 있는 여신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

강렬한 색채가 담거나 주체적인 여성을 그린 작품들이 눈에 띈다. 회화, 조각, 사진 등으로 꾸려진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김인순 작가의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이다. 세로 194cm, 가로 392cm에 이르는 거대한 캔버스에서는 힘 있는 붓질이 그대로 느껴진다. 황토 빛깔의 거대한 나무뿌리의 그림에서 강한 생명력이 전달된다. 뿌리는 모든 인생의 시작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졌다는 점에서 강인한 여성을 표현하려는 흔적도 엿보인다. 윤석남 작가의 나무 조각 ‘인물’에 그려진 여성의 표정은 날카롭다. 나무라는 소재가 주는 투박함과 동시에 어딘가 째려보는 눈빛에서 ‘센 여자’가 보이기도 한다. 박영숙의 ‘헤이리 여신 우마드’는 네 명의 여신을 표현했다. 화려한 꽃으로 장식하거나 환한 미소로 가슴을 살짝 드러낸 여신이 있다. 비스듬하게 째려보거나 어두운 색의 옷을 입는 등 제 각각 다르다. 차례로 풍요와 사랑, 분노, 죽음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스스로의 욕망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여성의 주체성이 강렬하게 나타난다. 우마드는 여성과 유목민의 합성어다. 끊임없이 떠돌며 경계 없이 살아가는 유목민들의 삶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2015년 10월 개관 후 3년 동안 여성주의 미술 작품을 수집했다. 현재 이곳 소장품 중 35%가 여성 작가나 여성 작가를 포함한 그룹의 작품들이다. 12월15일까지. (031)22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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