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다른 새로운 남성상 등장
남성문화 고찰·연구 도서 6선 소개

우리 사회에 새로운 남성상이 나타났다. 가부장제 체제하에서 무뚝뚝하고 힘든 내색 하지 않으며 집단을 위해 희생하던 전통적인 남성상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신 개인의 개성과 인격을 내세우고 ‘취가(취업+장가)’하고 싶다고 공연히 말하는 2030 남성들이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페미니즘에 반기를 들고 가부장제가 남성에게 주는 수혜들을 누리고 싶어하는 아이러니도 보인다. 가정 내에서 남성 성역할을 습득하고 또래문화와 군대문화, 온라인 문화를 통해 완전히 남성 문화에 익숙해진 이들은 우리 사회 남성문화의 새로운 핵심축이다.  

최근 남성성에 관한 책들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남성성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남성이 스스로 남성성에 대해 고찰·연구하기도 하고, 또 여성이 남성 문화를 파헤치기도 한다. 일그러진 남성 문화를 남성 스스로가 폭로하는 책들도 출간됐다. 일부 남성성에 관한 책들은 출간 된 후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부 사회적 문제를 몰지각한 개인이 아닌 남성 문화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혹은 성 편향적인 언어를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남성성에 대해 고민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페미니즘과 남성성을 적극적으로 공부 중인 조수근씨(성균관대학교 재학생)는 “남성적인 가치들이 매체에서 긍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이 곧 폭력적인 남성 권력을 재생산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맨박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페미니즘과 남성성에 대해 공부 중이다” 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남성성에 관한 책들을 소개한다. 

맨박스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남성에 대한 성역할은 여성의 성역할과 다른 의미로 보다 폭넓게 강요된다.  저자는 남성을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맨박스’로 규정하고 이를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의 삶 깊숙이 스며든 맨박스는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그 문제들은 남자들의 삶을 지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곧장 여성의 삶 속으로 파고든다.

토니포터/한빛비즈/1만4000원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저자는 한국 남자를 이해하는 코드로 군대와 학교 교육,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꼽는다. 권위주의와 경쟁주의 문화에 절어 있는 학교 그리고 폭력, 명령, 복종이 절대적인 군대를 거치면서 남자(해부학적 성)는 점점 남성(사회적 성)으로 변해간다고 한다. 

오찬호/동양북스/1만4500원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저자는 대다수 여성들이 여전히 남성들에 대해 논의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남성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사실은 남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수많은 페미니즘 책들에서 남성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표현되긴 했어도 여성과 남성이 화해하는 법을 생각해보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벨 훅스/책담/1만4000원 

 

한국, 남자 - 귀남이부터 군무새까지 그 곤란함의 사회사

남성의 몰락과 남성성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한 뒤, 지금의 한국 남성성이 형성되어온 역사를 되짚는다. 저자는 조선 후기로부터 6·25, 군부 독재 등, 한국 남성성의 결정적 국면들을 시대순으로 엮어 한국 남자의 사회사를 꾸렸다. 이어 온라인 공간에서 발현된 한국 남성성이 페미니즘의 부흥기에 어떤 대응을 보이고 있는지 소개하고 문제를 분석했다. 

최태섭/은행나무/1만5000원 

 

 

한국 남성을 분석하다

각기 다양한 지적 배경에서 당대 한국 남성을 해석한 여섯 편의 글이 실렸다. 저자들은 한국 남성의 현재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남성다운 몸, 심리, 문화는 현실이 아닌 규범이자 신화임을 밝힌다. 일제 강점기 이광수 등 남성작가로부터 레즈비언, FTM 트랜스젠더(Femae To Male)의 남성성까지 분석해 남자다움의 규범을 해체하고 남성성에 대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연다. 

권김현영 외 5인/교양인/1만3000원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1 남자의 눈으로 본 남성문화

수요의 차원에서 성매매를 이야기하는 남성 모임 ‘수요자 포럼’의 첫 번째 책이다. ‘내부자’인 남성의 눈으로 본 남성문화에 관한 열일곱 편의 글이 실렸다. 남성문화에는 일상의 순간마다 성매매와 분리되지 않는 면면이 발견된다. 여성 직원을 보낸 후 향하는 룸살롱, 섹스 경험 여부로 남성성을 판가름하는 남성 커뮤니티, 서로에게 권하는 포르노 등이 그렇다. 

배성민 외 10명/호랑이출판사/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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