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접객원은 국가공인 ‘여성’ 직업인가
유흥접객원은 국가공인 ‘여성’ 직업인가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4.28 09:00
  • 수정 2019-04-2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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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에
‘유흥종사자 범위’ 여성으로 한정
“근절해야 할 그릇된 성 문화
오히려 인정한 것” vs
“남성도 포함시키면 파장 우려”
인천 지역의 유흥업소 모습. ⓒ여성신문 DB
인천 지역의 유흥업소 모습. ⓒ여성신문 DB

룸살롱,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음험하게 이뤄지는 여성 착취 유흥문화의 뿌리에 유흥종사자를 여성으로 한정해 명시한 현행법이 있다. 소위 ‘접대 문화’라는 이름으로 번지는 유흥업소의 성매매 관행에 국가가 정한 법률이 기반이 된 셈이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는 ‘유흥종사자의 범위’를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은 1986년 신설됐다.

또 이 법 시행령은 ‘유흥주점’을 ‘주로 주류를 조리·판매하는 영업으로서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흥접객원을 ‘부녀자’로 한정하고 이들의 존재근거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쟁점은 두 가지다. 먼저, 유흥접객원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을 ‘(성)접대’의 도구로 보고 있는 성차별적 시각이다. 다음으로, 남녀의 문제를 떠나 유흥접객원이라는 직업 자체를 국가가 인정하고 법률로 명시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이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여성을 술과 마찬가지인 접대 도구로 취급한 것이고 여성을 비하하고 낙인찍는 것”이라며 “유흥접객원을 직업군으로 규정한 국가는 우리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흥종사자가 일하는 곳으로 유흥주점을 제도화했기 때문에 이들이 겪는 성희롱, 성추행, 심지어 성폭행이 별다른 문제가 되고 있지 않다. 또 성매매가 발생하지만 묵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해당 조항은 2008년 조윤선 의원, 2014년 강은희 의원 발의로 개정이 추진되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2011년에는 주무부처였던 보건복지부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했지만 역시 의결이 보류되었다.  

이때 논의 방향은 모두 쟁점 중 첫 번째, 유흥종사자의 범위에 관한 것이었다. ‘부녀자’로 한정된 내용을 남성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안이 나왔지만, 남성을 포함하는 데 대한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조 의원의 법안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유흥종사자의 범위에 남자를 포함시킬 경우 유흥종사자(라는 직종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돼 사회적 파장효과가 클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2011년 3월29일 국무회의에서는  ‘호스트바’ 양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의결이 보류되었다.

이처럼 2008년, 2011년 두 차례 개정 반대 의견을 보면, 여성은 유흥종사자로 법적으로 인정하지만, 남성을 유흥종사자로 인정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성차별 의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유흥종사자를 남성이 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8년이 지난 최근에는 ‘유흥종사자’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유흥업소가 불법 성매매의 통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직업을 국가가 법률로 명시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질문이다. 반면, 유흥종사자의 법적 지위가 없어지면 당사자들은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주부무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유흥종사자의 범위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논의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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