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명지 작가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
산문집 펴낸 이명지 작가
갱년기 엄마를 둔 자녀 위한
‘엄마 사용 설명서’ 큰 화제
올해 ‘동국문학상’ 수상작가 선정

지난 3월 산문집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를 출간한 이명지 작가
지난 3월 산문집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 출간한 이명지 작가

언론사에서 20년, 대학 강단에서 10년, 경영자로 4년을 치열하게 살아온 이명지(60) 작가에게도 갱년기의 우울 만큼은 피해갈 수 없었다. 아들과 딸 두 아이들이 ‘왜 나를 몰라주지’ 하고 울컥하곤 했다. 그러다 깨달은 게 ‘아이들에게 지금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쓴 산문이 ‘엄마 사용 설명서’이다. 그는 이 글을 포함해 틈날 때마다 써놓은 글을 모은 산문집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를 3월 펴냈다.

‘엄마 사용 설명서’는 비슷한 연령대 여성은 물론, 남편들도 울렸고, 젊은층도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해 큰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으로 ‘동국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됐다.

그는 ‘엄마 사용 설명서’에서 여자의 일생을 네 시기로 나눴다. 20살까지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소녀기, 결혼 전까지 미래를 설계하는 여성기, 결혼해서 아이를 중심으로 삶을 설계하는 모후기, 갱년기 대혼돈의 시기인 자립기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것이 사춘기라면, 어른에서 다시 아이로 가는 것이 갱년기이며, 이 때 다시 태어나는 법을 터득한다는 것이다.

“갱년기가 되니 아이들에게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우아하고 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갱년기가 되니 다른 엄마들이나 똑같다고 말하더라구요.”

그는 갱년기인 엄마도 “이제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살아볼 시간이 필요하니 아이들에게 독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아들이 서른살이 됐을 때 설득해 독립시켰고, 딸은 결혼하면서 집을 떠났다.

“엄마라는 이름이 더 이상 희생의 대명사가 되어서는 안 돼요. 그러면 아이들은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잖아요. 엄마는 존경받는 주체여야 해요.”

그에게는 남들보다 더 혹독한 우울감이 찾아왔다. 감성이 풍부한 데다 결혼 26년 만에 남편과 이혼해 태풍의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혼한 지 10년 여 만에 전 남편이 폐암 말기 환자가 돼 그에게 연락을 했다.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1년 여 동안 아버지의 보호자가 돼 줬다. 하지만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그는 기꺼이 간병인을 자처했다. ‘아이 아빠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해 마지막 길은 자신이 배웅하고 싶었다.

지난 3월 산문집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를 출간한 이명지 작가
지난 3월 산문집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를 출간한 이명지 작가

그는 25세의 나이에 ‘마담 뚜’에게 발탁돼 고민할 새도 없이 결혼을 했다. 손에 꼽힐 정도로 잘 사는 집 셋째 며느리가 됐지만 남편은 방황을 이어갔고 10년쯤 됐을 때 시댁도 지원을 끊었다.

그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석사학위도 받았고, 소설가 박완서로부터 소설 창작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 93년 봄 ‘창작수필’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작가로서 꿈을 키워나가던 그해, 그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돼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역신문사인 토요저널 기자로 일했어요. 생업 때문에 기자가 됐지만 저는 일이 너무 재밌더라구요. 하루에 60~70장씩 원고지에 기사를 쓰느라 통증이 심할 정도였죠.”

그는 승승장구했고, 이 신문의 발행인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 시기에 한양대 최고경영자(CEO) 과정 ‘감성리더십’ 강의도 맡아 10여년 동안 진행했다.

그가 문학 못 지 않게 관심 있었던 분야가 그림이었다. 학창시절, 그림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농부였던 부모님이 비싼 화구를 사줄 형편이 되지 못해 꿈을 접어야 했다. 그 후로 그에게 그림은 ‘통증’이었다. 2014년 12월 오차드 갤러리를 오픈했다. 직접 유화도 배우면서 그림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갤러리를 옮기기 위해 지난해 말 문을 닫고 새로운 갤러리 자리도 매입해 놓았다.

“올해는 4권의 책을 내는 게 목표예요. 동화책을 하나 낼 계획인 데 일러스트 작업 중이예요. 소설집이나 시집도 내고 싶어요. 이제는 온전히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그동안 제가 꿈꿔왔던 삶이라 너무 행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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