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활하면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폭력들이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기 위해 522-2번 버스를 탔다. 운전을 좀 험하게 한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으레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버스가 정차하고 내리려고 서있던 승객 두 명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사람은 반백의 할아버지였고 다리가 불편하셨는지 양쪽엔 목발을 짚고 계셨다. 할아버지가 내리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자동문은 닫혔는데 버스 운전기사는 누가 내리는지 완전히 내렸는지 확인도 안한 채 자동문을 닫아버린 것. 순간 할아버지의 “여기 사람 내려요!”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자동문은 다시 열렸지만 할아버지가 다 내리기도 전에 다시 닫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버스 안은 조용했고 혼자 흥분한 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어머! 어머!’를 연발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 운전기사는 나를 또 한번 실망시키고 말았다. 지리를 잘 모르는 한 승객이 부저를 누르고는 내리지 않았다. 그 순간 운전석에서 날라 온 엄청난 욕설을 버스 안의 모든 승객들이 듣고 있어야 했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폭력으로 규정한다.

버스 안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 식당·관공서도 마찬가지고 채팅을 할 때, 심지어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된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내가 불합리한 폭력을 당하고 있거나 혹은 그 폭력을 타인에게 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서오연희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