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기회’로, 인맥관리의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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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개척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뚫고 나가야 하잖아요. 회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어디든지 짐을 싸들고 찾아가요.”

동북아 시장 진출을 내다보는 교보생명의 여성 프론티어 허금주(39) 팀장. 그녀는 지금 회사가 제시하는 비전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인다. 교보생명은 얼마 전 국내 생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업무팀을 따로 분리해 냈다. 허 팀장은 “해외시장 개척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경영정보 제공이 국제업무팀의 미션”이라며, 조직이 분리된 이유는 “회사 차원에서 해외 정보 분석과 적용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 전한다.

네트워크에 따라 정보의 질이 달라져

허 팀장이 국제업무팀을 맡게 된 것은 2년 전이다. 대학 졸업 후 미국계 생보사에서 일을 하다 1990년 국제정보를 분석하는 사내보 편집을 맡아 교보생명에 입사한 허 팀장은 비서실장과 해외투자파트 담당 대리를 거쳐 기획부 해외 담당 조사팀 차장으로 근무했다. 어린 시절의 외국 생활 경험까지 더하면 나름대로 국제 감각을 익히기에 충분한 시간을 거친 셈이다.

“얼마만큼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회사의 자산이 되는 리서치의 양과 질이 달라지고 회사에 대한 기여도 또한 틀려져요.” 허 팀장이 국제 감각을 토대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은 일단 적극적으로 부딪치는 것. 해외 컨퍼런스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은 물론 틈틈이 회사와 부서, 개인에 대한 마케팅에 나서기도 한다.

작년 상해에서 열린 국제보험기구 전략회의에서 한국 보험 시장을 대표해 발표를 맡았던 허 팀장은 미국에서 있었던 일화를 떠올린다. 중국에서 가장 선진 기법을 많이 도입하고 외국인 지분 비율이 높은 생보사 회장을 우연히 공항에서 만났던 것.

“중국 보험 시장이 세계 보험 시장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컨퍼런스에서는 워낙 중요한 분이니까 너무나 많은 컨설턴트나 보좌진들이 있어서 접근할 수가 없었어요. 컨퍼런스가 끝나고 보스턴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바로 제 옆 테이블에서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고 계시더라구요.” 적극적으로 다가가 명함과 연차보고서를 주면서 30분 동안 자신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 한국에 대한 소개를 했다. 허 팀장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중국 유수의 생보사 회장과는 지금도 이메일을 주고받을 만큼 친분이 돈독해졌다.

벤치마크 대상인 해외의 선진 기업에 사원들 연수를 요청하는 일도 그녀의 몫이다. “필리핀이나 미국, 중국, 일본 같은 경우 메일을 주고받는 CEO들이 있는데, 외국의 선진 기업 같은 데 가서 좀 배우겠다 그러면 그 쪽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거절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 때 공식적으로 부탁하고 요청도 물론 하지만 제가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죠.”

허 팀장이 맺은 국내 네트워크도 주목할 만하다. 허 팀장은 작년까지 외국인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해외 관련 업무 소속이거나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Career Woman in Korea’의 회장직을 맡았다. 현재는 미국 상공회의소의 ‘Professional Women’s Community

(PWC)’ 회원이기도 하다. “경력 개발이나 멘토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데, 여성들이 네트워크가 또 약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름대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거나 그 쪽 분야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을 만나 업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요. 조금 더 일해도 되겠구나 라는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고요.”

조직의 비전과 내 비전의 조화

허 팀장은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을 접목시켜 사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전한다.

“회사의 비전은 있는데 동북아시아 업계의 최고가 된다는 게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 이런 갭이 있을 수 있거든요. 사원 본인의 역량을 계발하고 성취감을 높여 개인의 비전 달성이 곧 회사의 비전 달성으로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개인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을 접목할 수 있는 비전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요즘 허 팀장은 초등학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주말마다 인라인 하키를 배우러 다닌다. 피해갈 수 없었던 육아의 문제는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에는 갈등을 많이 했어요. 직접 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아이들이 비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좋을까.”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린 만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두 아들에게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는 것은 허 팀장 개인의 또 다른 비전이기도 하다.

“일하는 여성에게 닥치는 위기 제 1기가 출산 후, 2기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올라가 고학년이 될 때, 3기가 40대 넘어서 비전이 없다거나 일할 만큼 일했다고 쉬고 싶어할 때잖아요. 국제업무는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고 성취감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어쨌든 40대에 은퇴는 안 할 것 같아요.” 회사의 비전과 함께 하기에 보람이 크다는 허 팀장. 내면의 자신감이 배어나는 환한 웃음이 돋보였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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