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여성, 어린이 희생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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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없는 전쟁에 파병 안된다”

700여개 여성·사회단체로 구성된 반전평화전쟁반대공동실천은 지난 22일부터 국회앞에서 ‘파병지원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총성이 울리지 않길 바라면서. <사진·민원기 기자>

지난 20일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시작한 이래 힘없는 여성과 어린이들은 말없는 죽음으로 전쟁의 참상을 대변하고 있다. 유엔은 개전 직전, 이라크 전쟁에서 50만명이 사망하고 300만명이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여성·사회단체들은 정부는 명분없는 침략 전쟁을 국익 운운하며 지원하려 한다며 전쟁반대를 하고 있고, 이라크 ‘평화지킴이’들은 “이 어린이의 눈을 보고 총을 들 수 있는가”라며 전세계 양심에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라크전 발발에 따른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전쟁이 북핵문제 등 남북관계 현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성·사회단체들은 이라크 전쟁을 지원하는 한달 남짓 된 노무현 정권에 대해 ‘탄핵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파병동의안 찬성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24일 국회앞 농성장에서 민중연대 오종렬 의장은 “이라크 전을 지지하는 정부는 그 대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으려는 얄팍한 술수를 부리고 있다”며 “우리의 평화와 안위를 위해 남에게 눈물을 강요한다면 한반도에 위험이 닥쳤을 때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파병반대를 촉구했다.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수십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민간인들이 질병과 기아로 사망했다. 그해 2월 13일 미군이 바그다드의 한 공습대피소에 떨어뜨린 폭탄에 희생된 민간인 400명 가운데 300명은 어린이였다. 또한 9·11 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무려 1만3,0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대규모 희생을 피할 수 없음에도 전쟁에 대해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승전국의 실리에 눈길을 보내면서 패전국의 처참한 현실엔 관심을 쏟지 않았다.

전쟁반대 지원연대 소속으로 이라크에 가 있는 유운하·한상진·배상현씨가 알리는 현지 상황은 많은 언론들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장의 긴장감과 암울함을 전해준다. “어제(16일) 주일에는 온종일 알 타흐리드(해방)광장에서 우리는 반전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도르래와 미사일 모형을 만들기 위한 파이프 등을 사들고 광장에 설치했지요. 저는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한국 춤사위를 추고 미사일 밭에 들어서는 파괴와 고통을 표현하고 그 마음 그대로 만신창이가 돼 이라크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울었습니다. 개전을 남겨 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구나. 그림 걸어놓고, 춤추고, 우는 것. 그 다음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중엔 한 아이를 데려와서 같이 그림 위에 앉았습니다.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의 미래를 죽이지 마세요’였던 거죠.”

유씨가 바그다드에서 띄운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는 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이유도 모르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절절히 보여준다.

특히 속보와 특종을 겨냥한 언론의 보도행태는 전쟁 중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씨의 이러한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 국내 언론사들이 이라크 등에 특파원을 파견해 취재활동을 하고 있으나 CNN 등 미국 시각의 보도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권의 상황을 담은 보도는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

환경재단 이미경 사무국장은 “미국의 미사일이 바그다드를 폭격하는 장면을 아이들과 함께 봐야 했다”며 “전폭기의 정밀성을 자랑이나 하듯 목표물에 정확히 정밀유도탄을 떨어뜨리는 장면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각인이 됐을까를 생각하면 전쟁 장면 하나도 폭력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요르단에서 귀국한 반전평화팀 오김숙이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그 동안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버린 적이 없다”며 “수많은 이라크 사람들의 피를 요구하는 전쟁을 하루속히 중단시키기 위한 더 넓은 반전평화운동의 물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국회 앞 반전시위에 참가한 이안나(36·경기도 용인)씨는 “이라크 국민 절반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라고 들었다”며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민간인 학살을 용인하는 전쟁에서 국익을 챙기려다 전범 국가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얻게 된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미국과 영국군의 오인 사살과 오폭이 계속 되고 있다. 24일 미국 전투기가 실수로 이라크 남부 시아파 이슬람 교도들의 도시인 나자프 근처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를 폭격했으나 인명피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두 발의 미사일이 터키에 떨어진 후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터키 국민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또한 이날 이라크 서부 루트바에서 미군기가 발사한 미사일 한 발이 민간인들이 타고 있던 버스를 직격해 시리아인 승객 5명이 죽고 10명이 중상을 입었다.

국가인원위는 “미국의 무차별 공중폭격이 시작된 이후 이라크 민간인들의 희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UN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시작된 전쟁은 무고한 희생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최근 10여년 간 미국이 벌인 전쟁에 여섯 차례 파병한 바 있다. 91년 2차 걸프전·93년 소말리아·94년 서부 사하라·95년 앙골라·99년 동티모르·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우리는 다시 전쟁의 기로에 서 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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