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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남성들의 감성을 툭툭 건드려줄 무대가 마련됐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가 의욕적으로 준비한 ‘감성콘서트 - 남자들’이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린다. 벌써 4, 5년 전부터 이런 무대를 기획했다는 정씨. 3월 19일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후, 그는 병원 일은 잠시 제쳐두고 극장에서 내내 무대세트를 확인하며 준비에 열중이었다.

“저 대나무는 지리산에서 가져온 거예요.” 무대세트 하나 하나 허투루 준비된 건 없다. 무대 정면에는 아담한 집이 한 채 보이고, 그 앞으론 파릇파릇한 뜰도 보인다. 집 왼편으론 굵고 길게 쭉쭉 뻗어있는 대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남자들 10명 가운데 8명 정도는 노후에 저렇게 정원이 있고 조용하고 아늑한 주택에서 살기를 바래요. 하지만 여자들은 사는 게 편리해야 하니까, 백화점도 가까워야 하고… 남자는 여자하고 참 다르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트지만 밝은 조명에, 무대 한 구석엔 피아노도 놓이고 영상물을 상영할 공간까지 마련된다면 분위기는 아마 어릴 적 누구나 꿈꾸던 우리 집의 모습일 것이다. 무대에 시선이 이끌리는 데는 또 하나 이유가 있다.

지난 월드컵 개막 행사를 맡았던 손진책씨가 연출로, 윤정섭씨가 무대세트로, 김태근씨가 음향으로 다시 뭉쳤기 때문이다. “‘월드컵 드림팀’이라고 하죠? 덕분에 제 공연이 가능하게 됐어요”라며 겸손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최대한 편안한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여기서 저와 관객 사이에 닫혔던 감성의 문을 열어놓고 충분한 감성에너지를 호흡했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이번 공연의 목적이다.

“35세 이후부터 남성들에겐 정신적인 감성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외부로부터 쉽게 상처받고 감성이 풍부해지고 예민해지면서 자신을 새롭게 자각하려는 욕구가 강해집니다. 괜히 TV 드라마를 보다가도 눈물을 흘리고, 그 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가족들이 눈에 들어오고 말예요. 반면에 여성들은 이 시기부터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외향적으로 변하죠. 생리학적으로도 서로 반대의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하잖아요.” 외부의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누구나 이 시기는 거치기 마련이다.

중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감성적인 매력남이 되거나

기름기 없는 남자, ‘꼰대’가 돼죠.

“중년의 위기라고 하지만, 저는 축복 받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이 시기를 잘 알고 충분히 감성의 변화를 겪은 사람들은 부드럽고 더욱 매력적인 남성으로 바뀔 수 있어요. 삶의 깊이를 아는 감성적인 남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자연스런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항하고 강압적으로 나가버리면 기름기 없는 남자, 흔히들 ‘꼰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돼 버릴 수 있어요.”

그래서 그는 “중년남성 스스로가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과 “가족 간의 특별한 이해가 우선”이라고 역설한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문제는 반 이상 해결된 거에요. 거품이 일어난 욕조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나면 그 안에 어떤 물이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잖아요. 우리의 중년남성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면 해결방법도 나올 거에요.”

가끔 남성심리전문가 정씨는 중년남성을 감싸고 있는‘남성옹호론자’로 오인되기도 한다. 하지만 섣부른 이분법적 사고는 아닐까? 정씨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일상에서 격리된 채 남자 대 여자, 집단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합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어설프게 위로를 하자는 게 아니에요. 지금 고민을 안고 있는 그 사람을 충분히 보라는 거죠. 아직은 우리 남성들의 감성심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실제 공연을 앞두고 “여자는 보면 안되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참여해서 부부 스트레스를 해결할 경우 치료효과가 훨씬 빨라요. 공연장을 나설 때쯤이면 함께 온 여성들은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꼭 껴안아 주고 싶을 걸요.” 그래서 공연기획사에서는 정씨의 적극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부부가 함께 올 경우 티켓의 30%를 할인한다”고 한다. 분명 정혜신 개인과 중년남성 아무개와의 교감이 아니라면 부부가 함께 오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공연이다. 따스한 봄 햇살에 말랑말랑한 감성의 속살을 드러낼 부부들이, 이제 외출을 서두를지 모르겠다.

공연문의) 02-515-9192∼3, 747-5161

감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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