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연석회의 표정

10일 낮 한나라당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린 여의도 당사 10층 대강당. 당·정치개혁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현경대·홍사덕)가 낸 세 가지 개혁안을 놓고 소속 국회의원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현경대 공동위원장이 개혁안 설명을 끝내고 단상을 내려가자마자 격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장파 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이 당 대표와 운영위원 등을 직선으로 뽑자며 맹공을 퍼붰고, 당내 중진들은 “당을 깨자는 거냐”며 반격에 나섰다.

회의 시작 한 시간 반이 지나도록 열띤 토론 분위기가 이어졌던 강당은 2시 30분께 갑자기 ‘시장통’이 된 듯 시끌벅적해졌다. 김정숙 의원이 발언대에 오른 직후였다. 삿대질을 하며 당 지도부를 공격하던 소장파 의원들이나 헛기침을 해대던 중진 의원 등 30여 명이 약속이나 한 듯 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

김정숙 의원이 “개혁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발언을 시작했는데도 ‘이탈’은 멈추지 않았다. 빈틈없었던 300석 규모의 회의장은 금세 이가 빠진 것처럼 썰렁해졌다. 전재희·박근혜 의원 등 여성 의원들만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정숙 의원 “여성할당 간곡히 부탁한다” 호소에

남성의원들 “이 판국에 여성문제로 어떡하자는 거야” 비아냥

들고나는 이들이 던지는 혼잣말이 속속 들렸다. “김 의원이 올라가서 할 얘기가 여성할당밖에 더 있냐”, “이 판국에 여성문제로 어떡하자는 거야”, “우린 좀 나가서 쉬다 오지”, “저 양반 또 여자 배려해 달라는 거지”.

함께 자리를 뜬 한 여성 보좌관에게 물었다. “분위기가 왜 이렇죠?”, “이게 남성 위주의 정당정치 현실입니다.” 회의장 밖으로 나간 남성 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은 특별히 일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끼리끼리 모여 담배를 태우거나, 물을 마시고, 소파에 앉아 잡담을 하는 게 전부였다.

다시 회의장 안. 김 의원은 남성 참석자들의 ‘외면’에도 아랑곳 않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오늘 회의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린 미래지향적 개혁을 해야 한다. 소외당한 여성을 배려하는 게 그 첫 번째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50%를 여성으로 한다 해도 4명뿐이다. 지역구를 터야 한다. 지역구 30% 여성할당 방안을 개혁특위에 줄기차게 요구했는데도 전부 빠졌다. 나도 지역구를 지향한다. 동지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간곡한 부탁을 받은 ‘남성 동지’들의 반응은 민망할 만큼 적었다. 김 의원이 내려오고 다른 남성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자 주변을 배회하던 이들이 하나 둘 돌아왔다. 쿵쿵대는 발소리에 여성 의원들의 박수소리는 묻혀 버렸다.

여전히 회의장 밖을 지키고 있는 한 지구당위원장한테 다시 물었다. “김 의원 말이 설득력이 없는 건가요, 여성문제에 관심이 없는 건가요?” 돌아온 답. “당의 생사가 갈린 이 판국에 여성문제 얘기할 시간이 어디 있소. 일의 경중완급을 따져야지.”

이날 연석회의를 주도한 ‘남성’ 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은 “당과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 촛불”이라며 당 개혁이 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의 ‘경중완급’을 따졌더라면 전당대회 일정이나 개혁방안 대안에 대한 방향 정도는 합의했어야 옳았을 터. 이날 연석회의에선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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