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네트워크] 성평등한 제주, 더 제주처럼
[여성정책 네트워크] 성평등한 제주, 더 제주처럼
  • 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 승인 2019.03.12 15:25
  • 수정 2019-03-1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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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강인한 여성이라는 상징으로 제주를 여성의 섬이라고 불러왔다. 이러한 여성의 섬에 내재하는 여성에 대한 인식과 성평등은 어떠한지? 사회 문화를 짚어 보는 데에는 옛 속담만한 것이 없을 듯한데, 성별과 관련한 제주의 속담으로 들어가 본다.

“딸 한 집이 부재여”(딸 많은 집이 부자야).
“쉐로 못 나사 여자로 난다”(소로 못 낳아서 여자로 태어난다).
“아덜 가진 사름은 윗질로 걷곡, 딸 가진 사름은 아렛질로 걷나”(아들 가진 사람은 윗길로 걷고, 딸 가진 사람은 아랫길로 걷는다).

제주의 여성은 가사, 농사, 물질 등을 하면서 가족 경제에 큰 몫을 담당해 왔기에 딸이 많으면 집이 부하게 된다는 말이 생겨났다. 이는 얼핏 보면 여성의 가치를 높이는 것 같지만 여성=소처럼 부릴 일꾼으로 동일시하는 이중 잣대가 담겨 있다. 나아가 아들이 있는 부모는 당당하지만 딸 가진 부모는 죄인처럼 살아간다는 뜻의 속담을 보면 그 이중성이 극명하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옛말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한 집안의 일꾼인 여성, 그러나 자녀는 아들을 선호하는 문화, 이 모순이 제주사회에서 사라졌을까?

2018년 지역 성평등지수를 보자. 경제활동, 가족, 문화 등 8개 영역, 23개 지표로 구성된 지수의 전체 평균에서 제주는 상위권이다. 그렇다면 개별 지표별로는 어떤가? 경제활동참가율 성비는 1위, 여가생활 성비는 13위, 셋째 아 이상 아들 출생성비는 16위이다. 쉽게 말하면, 노동에 있어서는 성평등 수준이 전국 1위, 여가생활에서는 하위권, 출산에서 아들과 딸을 동등하게 여기는 문화는 최하위인 것이다.

휴식 없이 억척같이 일하는 여성, 그러나 여전히 아들을 중시하는 문화, 이것이 현재도 지속되는 제주 여성 삶의 현실이다. 성차별적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으며, 지역사회에 특화된 성평등 정책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여성가족부 재직을 거쳐 2015년 2월 개방형 직위로 고향 제주의 보건복지여성국장으로 임명 받고 정부의 양성평등기본계획에 대한 지역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활체감형 양성평등정책 ‘제주처럼(2015~2018)’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했다. 그리고 2017년 3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해서는 ‘제주처럼’의 후속으로 제주도 양성평등정책 전략 연구를 추진했는데, 이것이 민선 7기 양성평등정책 프로젝트인 ‘더(More) 제주처럼(2019~2022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단계 프로젝트에서 양성평등 정책 추진을 위한 조직체계를 강화할 것을 제시했는데 그 결과 전국 최초로 행정부지사 직속 ‘성평등정책관’이 조직돼 정책실행에 상당한 활력이 생겨났다. 그 외 성평등교육센터 설치, 제주여성의 삶 재조명을 위한 여성역사․문화연구센터 설치 등이 반영되어 ‘더 제주처럼’을 통해 실행될 예정이다.

또한 우리원에서는 지난해 제11대 도의회 출범 직후 지난 10대 도의원들의 성평등 의정활동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의회의 역할을 조명했다. 그 결과 도의회에서는 의원 연구모임인 제주성평등포럼 발족,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성평등 기본 조례’, ‘제주특별자치도 성인지예산 조례’ 제정 등 성평등 정책 개선에 앞장서서 성평등 정책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제 제주의 성평등정책 변화들은 전국에서 그 성과를 주목하고 있다. 지역의 여성정책연구기관으로서 늦게 출발을 한 우리 연구원은 올해 개원 5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연구원에서는 보다 실천적인 연구로 성평등한 제주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제주사회의 노력들이 전국적으로 파급력을 가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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