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주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그것도 두 편이나…. 하나는 일본영화로 <감각의 제국>이었고 다른 하나는 호주영화로 <Better than sex>였다.

이 두 편 다 사랑보다 육체적인 감각에 편향된 ‘섹스’에 초점을 맞춘 영화였지만 느낌은 정말 달랐다. 몇 년 전 이미 국내에서 너무나 많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상영된 바 있는 <감각의 제국>은 1936년 일본에서 실제 일어난 이야기이며 이미 그 줄거리를 다 알고 봤음에도 사실 황당한 기분이었다. ‘선천성 성적 민감증’을 가진 한 여성이 유곽에서 일하게 돼 그 유곽의 무위도식하는 주인남자와 갖게 되는 섹스의 육체적인 감각에만 집중하며 끌어가는 섹스에 대한 묘사는 정말 노골적이기만 했다. 누가 지켜보든 아니든 자신들의 성적인 유희에만 몰입할 수 있는 그들의 성문화가 낯설기도 했지만 점점 감각의 포로가 되어가며 극치의 감각을 경험하기 위해 어떤 가학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 그들을 보며 섹스는 위험할 수도 중독될 수도 있는 행위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결국 그들 남녀는 목을 졸라가며 섹스의 극치를 맛보다가 결국 남자를 죽음으로 이끌고, 여자는 죽은 남자의 성기를 잘라 가짐으로 극적인 소유를 성취한다.

말도 끔찍했지만 남자의 성기를 든 채 피묻은 손으로 거리를 헤맨 그녀를 일본 사람들은 동정도 하고 인기가 높았다니 참 색다른 성문화의 한 면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탐미적으로 섹스를 해석하고 몸냄새만으로 끌고 간 감독의 의도가 어땠든지 간에 ‘섹스의 긍정적인 치유효과’를 믿는 나로서는 좀 못마땅했다. 섹스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든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실험적으로도 행위될 수 있을 것이다. 감각과 재미만으로 섹스와 성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보다 어떤 영적인 기능으로 섹스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그 영화의 감독은 전자였을지 모르지만, 난 그럼에도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더 온전히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그리고 그 행복을 함께 누리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섹스는 예민한 성감이나 극치의 오르가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복지(?)를 위한 행위여야 한다.

그에 비하면 호주영화인 <Better than sex>는 맥주처럼 참 자유로운 영화였다. 그래서 숨도 못 쉬고 조이는 마음으로 본 <감각의 제국>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더욱 내가 좋아하는 시드니가 배경이라서 였을까?

두 젊은이는 파티에서 만나 우연히 택시를 같이 타게 되고, ‘one night stand(하룻밤 같이 자는 것)’를 하게 된다. 서로의 육체적인 섹시함에 끌린 두 사람은 아무 부담 없이 그저 하룻밤의 섹스만 하고 헤어지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면서 그들이 걱정했던 부담은 그 말 그대로 부담이 되고 만다. 즉 서로가 진지하게 끌리기 시작하는 진지한 탐색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여자는? 남자는?’하면서 남녀의 차이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오랄섹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랄섹스를 할 때 정액을 삼키는 문제에 대해 여자와 남자는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섹스를 할 때와 하고 나서 여자와 남자가 생각하는 차이라든지를 여자와 남자의 인터뷰를 듣는 것처럼 인물들을 내세워 자연스레 끌어간다. 또 관심이 생긴 상대에 대한 질투라는 의미 있는 감정의 움직임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다.

영화 내내 두 젊은이는 섹스를 한다. 때로는 스포츠를 하듯이, 때로는 그저 섹스에만 빠져서, 또 때로는 알 수 없는 열정에 빠져드는 것을 느끼면서 섹스를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들의 섹스는 참 솔직했다. 처음부터 섹스의 극치를 목표로 만난 두 사람이 섹스라는 행위를 통해 친밀감을 높여가고 그 친밀감 속에 서로의 다름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되는 그 과정들이 마치 시드니의 공기처럼 상쾌했다. <Better than sex>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섹스를 하면 친밀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섹스를 하고 나면 어떤 남자들은 연인에게 반말을 시작하면서 마치 남편이 된 양 주도권을 행사하기도 하고 어떤 여자는 남자에게 의존하면서 모든 것을 맞추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섹스를 하고 나서 누구에게 특별한 우위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섹스는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해도 할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하기 바란다. 섹스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더없이 친해지고 그들 사이를 관통하는 사랑을 확인하고 그래서 더할 수 없는 행복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행위였으면 한다. 섹스는 무엇보다 수평적이어야 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게 그리고 당신에게, 우리에게 ‘Better than sex’는 무엇인가?.

배정원/ 인터넷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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