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당 당원 명단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빼
이원표씨, “어머니 고 민영애
독립운동 인정해달라”

김구 선생의 비서실장인 민필호 독립운동가의 딸 민영애 선생. 아들 이원표 씨가 ‘광복진선공작대’ 등에서 독립운동 활동을 근거로 서훈 신청을 했지만 두차례 탈락했다.
김구 선생의 비서실장을 지낸 민필호 독립운동가의 딸 민영애 선생. 아들 이원표 씨가 ‘광복진선공작대’ 등에서 독립운동 활동을 근거로 서훈 신청을 했지만 두차례 탈락했다.

민영애(1927~2013·사진) 선생은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에서 두 차례 탈락했다.

민 선생의 가족과 친척 중에서 23명이 서훈을 받았지만, 유독 민 선생은 서훈을 받지 못했다. 아들인 이원표 씨는 여성의 존재를 내세우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근본 원인으로 봤다.

이씨에 따르면 김구 선생의 비서실장이자 민 선생의 아버지인 민필호 독립운동가가 한국독립당 당원 명단을 작성해서 김구 선생에게 보고할 때, 민 실장의 아내인 신명호 애국지사와 딸인 민영애 선생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2013년 민 선생의 임종 직전에야 독립유공 공적 조서 작성을 처음으로 작성했다. 그 이유에 대해 “23명이나 되는 공적으로 민 여사 자신의 집안 어르신에 대한 송구함과 여성에 대한 관습적 편견으로 공적서 작성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고 기술했다.

이씨는 “아버지(이윤철 애국지사)는 남편이어서 아내의 증인이 될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라며 “아버지는 ‘나의 아내뿐 아니라 동지였다는 점이 인정됐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씨는 독립운동가의 가족 중에서 설사 여성이 조직활동에 개입하지 않았을지라도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독립운동가들이 밥 먹고 옷 입고 잠자고 다닐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여자들 없이 불가능하다. 그런 뒷받침 없이 독립운동이 가능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역사는 애국지사들이 능력이 많아서 혼자 다 한 듯이 평가돼있다”고 꼬집었다.

그가 말하는 독립운동의 의미는 희생정신이다. “내 가족, 내 나라 내 국민을 살리겠다는 정신이 담기지 않은 독립운동 역사는 소용이 없다. 역사의 중심에 그런 것이 있었음을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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