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 12월 시행
허가제 전환·사육환경 조항 빠져
동물원 방문객 56% 동물복지 중요

한 어린이가 수달을 바라보고 있다. ⓒ여성신문
한 어린이가 수달을 바라보고 있다. ⓒ여성신문

 

지난 달 부천 플레이아쿠아리움에 전시된 뼈만 남은 백사자가 논란이 됐다. 관람객의 먹이체험을 위해 굶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장덕천 부천 시장까지 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조명이나 카메라 각도 때문에 그렇게 찍힌 것 같다”며 “표준 백사자 사진과 비교해 마른 것은 아니며 하루에 5~7kg씩 닭을 급여한다”고만 밝혔다. 

17일 플레이아쿠아리움은 논란이 된 백사자만 없어졌을 뿐이었다. 건초를 먹어야 하는 토끼와 나무껍질과 열매를 먹는 호저에게 먹이체험으로 당근이 주어졌다. 동물들을 위한 은신처도 없었다. 시끄러운 배경음악과 사람들의 소음, 밝은 조명 속에서 동물들은 웅크리고 있거나 정형행동을 반복했다. 정형행동을 반복하는 동물을 보며 귀엽다를 말하는 사람들 속 동물들은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물건처럼 보였다. 

전시동물의 복지 관련 법안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해 8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2월부터 시행됐다.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동물관리위원회 설치를 준비 중이다. 개정안 발의 전 가장 큰 쟁점이었던 허가제로의 전환과 사육 환경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전국 동물원 84개소, 수족관 23개소가 운영 중이다. 동물원수족관법상 동물원의 범위는 야생동물 또는 가축을 총 10종 이상 50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시설로 규정한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려는 자는 시설 소재지, 전문인력 현황, 보유 생물종 및 개체 수의 목록 등 기본적인 등록요건만 갖춰 관할 시·도지사에 등록하도록 하는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기 때문에 등록 전후 사육시설의 적절함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이 어렵다. 

동물원수족관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동물원·수족관의 서식환경 조성 의무에 대한 규정이다. 동물원수족관법에서 전시동물의 서식환경에 대한 항목은 ‘제6조(적정한 서식환경 제공)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하여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가 전부다. 선언적 형식으로 명시돼 있을 뿐 의무적으로 제공돼야 할 서식환경과 시설, 관리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또 처벌규정 또한 없어 강제성이 없다. 

현재 야생동물을 사육하기 위한 시설기준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국제적멸종위기종 사육시설 설치기준’뿐이다. 대상종 기준은 90여종이며 1마리 당 사육면적에 관한 기준만 있다. 호랑이, 사자는 14m², 높이 2.5m의 면적만 확보하면 실내에 전시해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늑대와 하이에나 등은 사육시설 등록대상 종에 포함조차 되어 있지 않다. 

이형숙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연구한 ‘동물원 방문객의 인식 및 만족도 영향요인 연구’에 따르면 관람객 중 32.8%가 ‘가족/친구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29.6%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방문한다고 밝혔다. 또 동물원의 동물복지의 중요성에 대한 답변에 있어 ‘매우 중요함’을 꼽은 비율은 56.3%에 이르렀고 자연서식처 환경 제공 필요성에 대한 답변 역시 ‘매우 중요함’을 꼽은 비율이 68.1%에 이르렀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여성신문과의 전화에서 “아직 법안 시행 초기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전과 다를 바 없다. 동물관리위원회 설치 전이라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설립 전 시설 계획 단계부터 허가를 받는 등록제로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