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과 양육, 가족 부양 등 가사의 부담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퇴출을 불러온다. 특히 기혼여성의 경력 단절은 저숙련, 저임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여성들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혼여성, 특히 경제활동을 원하지만 직장 경험이 없고 양육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3,40대 여성들과 경력 단절로 인해 재취업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자영부문이 대안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전업주부 생활을 접고 자기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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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실직으로 자영업에 종사하게 돼

“남편이 컴퓨터 회사에 다니다가 실직해서 1년 정도 쉬었는데, 그 때 그냥 같이 가게나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첨엔 뭘 해야 할지 고민 많이 했는데, 동네 특성을 살려서 전통한복으로 하자고. 생활한복보다 더 고급스럽고 비용도 세고 하니까.” 남편이 쉽게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세 살, 14개월 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주부였던 이영선(32)씨는 업종을 고심한 끝에 비교적 오랜 기간 준비를 요하는 전통한복점을 열기로 결심했다. 2,3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두고 정기적으로 기술을 익히고 있는 이씨는 빠른 시일 내에 인터넷으로 아동용 한복을 판매하는 일부터 시작해 볼 계획이다. 주변에서 사업 수완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이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식당 인수해서 최소비용 들여 개조하고 화장실 같은 거 바꾸고 그랬죠.”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뒤 박기선(53)씨는 경기도 고양으로 이사해 작은 식당을 개업했다.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던 박씨는 식당이 영세하지만 식구들의 생계 수단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기술과 자본, 직장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을 한다는 점은 두 여성이 갖는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씨는 남편의 퇴직금과 시댁의 지원으로 큰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한복점 창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박씨는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지 않아 노후대책의 부재와 연이은 빈곤화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박씨의 남편과 딸은 연금에 가입해 있지만 박씨 자신이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한국 여성개발원의 문유경 연구위원은 “저소득 여성 자영업자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산재보험에 가입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에 의하면 자영업은 2001년도 기준으로 여성 전체 취업의 32%에 달하지만 남성과 비교해 급증하는 추세는 아니다. 기혼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자영부문의 비율이 오히려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경제학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 구직을 포기하고 있거나 부부가 공동 자영자인 경우 무급가족종사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편의 일을 돕는다?

남편과 같이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미화(38)씨는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집안을 대충 치운 뒤 가게로 나간다. 남편이 배달을 나가는 동안 가게를 보고 간단한 점심 식사를 차려 남편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준 뒤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집에 왔다가 다시 가게로 나간다. 가사노동과 가게 일을 이중으로 하고 있지만 김씨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그냥 “남편을 도울 뿐, 별로 하는 일이 없고, 가게 일은 신경을 안 쓴다”고 말한다.

남편이 가구점을 하는 최진희(40)씨는 부업을 하는 남편을 대신해 가게 운영의 상당 부분을 자신이 맡고 있다. 두 명의 직원을 관리하고 매주 40시간 이상을 가게에서 보내지만 가사의 부담까지 떠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가게는 남편 사업이며 자신은 놀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부부가 공동으로 자영업을 하는 경우 여성은 무급가족종사자로 분류된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보수 없이 일하는 근로자, 즉 무급가족종사자(unpaid family workers) 중에는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 그러나 주당 평균 44시간을 일하고 근로시간상 전일제 수준의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취업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가 여성들의 이중 노동을 비가시화 하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또한 자영부문에서 여성들이 하는 노동의 성격이 남성보다 저숙련으로 간주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주로 카운터를 보거나 식사를 마련하는 등 가사노동의 성격과 비슷한 일을 맡는데, 문유경 연구위원은 “여성 무급가족종사자의 기여도를 감안하여 공동자영업자로 인식하고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혼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 특히 자영부문 진출은 여성들의 사회참여 욕구를 수렴하고 노동 시장에 안정적인 경제활동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두 가지 장점을 갖는다. 가계의 기여에 대한 여성 본인과 가족들의 의식 전환이 요구되며 부부 공동명의를 통해 여성의 재산권 확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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