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회원

호주제 폐지에 관한 논란 중 호주제 존속을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한 가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있다. 이들을 말하기를 호주제는 단순한 문서 이상의 의미가 없으므로 그것에 여성차별의 의미를 부여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한편에서는 또, 호주제는 단순한 문서가 아닌 우리 고유의 문화이므로 쉽게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어떻게 하나의 호주제가 양성평등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단순한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역시 바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호주제는 문화이므로 지켜야 한다고 하다니 도무지 논의의 일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

호주제는 신분등기 ‘문서’와 동시에 가족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무릇 한 나라의 공적인 문서나 법은 그 자체로 평등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 년 전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이유로 전국의 그 많은 학교의 간판과 각종 거리의 이정표와 문서에서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는 작업을 했었다. 단순히 명칭이라 하더라도 올바른 것을 추구하기 위해 그 많은 작업을 한 것이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물며 온 국민의 신분등기문서임에야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렇듯, 호주제가 문서에 지나지 않든 우리 사회의 의식이나 문화를 담았든간에 폐지되어야 타당하며 특히 호주제가 우리 고유의 문화라고 보는 각도에서야말로 더더욱 폐지의 당위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호주제도는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기며 부가입적으로 인한 여성차별을 공고히 하기 때문이다. 과거, 특히 조선시대 말기에는 여성이 결혼하면 시가의 식구가 된다는 생각이나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했다.

이것이 우리가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할 문화인가?

그리고 이것이 현 시대에 바람직한 가정상이며 미래에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인가?

다행히 이번에 새로 취임한 강금실 신임 법무장관이 지난 28일 호주제 폐지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하고 새 정권이 금년 내로 호주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초점을 두어야겠으며 이런 마당에 일부 사람들이 앞뒤 맞지 않는 말들로 호주제 폐지의 발목을 잡는 부질없는 일들은 그만 두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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