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시선] ‘결혼 중독’
[정재훈의 시선] ‘결혼 중독’
  •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9.02.01 10:40
  • 수정 2019-02-0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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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족 관계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일상에서도 당연한 관계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08년에 개봉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는 당시 누적 관객 약 500만명에 이를만큼 한국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케이블 TV나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비혼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의 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자신의 결혼식에 ‘아버지 가능성이 있는 엄마의 옛 남자친구 3명’을 몰래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룹 아바의 노래로써 엮은 영화다. 특히 중장년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한국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는 비결인 듯하다.

그런데 영화 줄거리는 심상치 않다. 도나는 옛 남자친구 중 누가 소피의 아버지인지 모른 채 평생 돈벌이와 소피 키우는 일만 했다. 한국사회에서 많은 편견과 낙인의 시선을 보내는 한부모 가족이다. 그런데 너무나 행복한 딸과 엄마의 관계이다. 결국 소피는 아버지를 찾지 못했다. 아니 안 찾았다! 결혼식에 왔던 세 명의 잠재적 아버지들도 소피에게 1/3 아버지로서 자신을 소개했다. 소피에게 세 명의 아버지가 생겨난 것이다. 게다가 소피는 남자친구 스카이(도미닉 쿠퍼)와 결혼 포기를 선언하여 모두들 놀라게 한다. 그렇다고 스카이와 헤어지지 않는다. 다만 함께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난다. 본인이 진짜 원했던 것은 엄마가 못했던 결혼이 아니라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삶 자체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피의 결혼식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샘(피어스 브로스넌)은 옛 여자친구 도나에게 청혼을 한다. 딸 대신 엄마의 결혼식장이 되는 순간이다. 도나의 친구이며 독신으로 살아온 로지(줄리 월터스)는 소피의 잠재적 아버지이기도 한 빌(스텔란 스카스가드)을 남자친구로 만든다. 도나의 또 다른 친구 타냐(크리스틴 배런스키)는 결혼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 현 남편은 세번째 결혼의 결과이다. 도나가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친구였던 해리(콜린 퍼스)는 결혼식이 열리는 섬에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난다. 결혼 여부는 모르지만, 해리는 앞으로 섬을 자주 찾을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도나, 타냐, 로지 세 명의 중년 여성과 샘, 빌, 해리 세 명의 중년 남성이 있다. 남자들은 도나의 옛 남자친구이자 소피의 잠재적 아버지이다. 도나의 딸 소피는 스카이와 결혼식을 준비했다. 그런데 결혼은 포기하고 관계를 선택했다. 도나는 샘과 결혼했다. 세 번 결혼한 타냐는 ‘결혼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법적 남편의 존재가 중요하다. 로지는 앞으로 빌과 사귀는 관계를 맺을 것이다. 결혼은 불투명하다. 해리는 동성남자 친구를 만났다. 앞으로 이들 역시 결혼할 지 안할지는 모른다.

500만+α 명 관객 중 상당수가 영화를 보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존재 없이 태어난 딸(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근본도 없는 아이’이라며 뒤에서 수군거리는 대상), 결혼 세 번 경력의 타냐, 중년의 나이에 그냥 사귀기 시작한 로지와 빌, 동성남자 친구를 찾아 앞으로 자주 섬에 놀러오겠다는 해리, 그리고 눈앞의 결혼식을 차버리고 일단 삶을 함께 하기로 한 소피와 스카이 그 어느 모습에서 감동의 여운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여 년의 이별 끝에 다시 만난 도나와 샘의 결혼만이 익숙한 감동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는 영화 말미에 나온 다양한 관계 중 하나일 뿐이다.

도나와 샘의 결혼에만 한정된 감동이 아니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감동이길 바란다. “결혼 지금 꼭 해야 해? 반드시 해야 해? 그냥 일단 살아보면 안돼?”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길 바란다. 비혼가족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소망한다. 성소수자가 더 이상 멸시의 대상, 환자 취급받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한다. 맘마미아가 다양성에 기초한 살만한 한국사회 만들기에 많은 기여를 하길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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