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제목 본 따
‘제휴콘텐츠’ 명명해 판매

영등위 “제목 바꾸라 할 권한 없다”
방통위 “등급분류 받은 합법 저작물”
한사성 “‘몰카’는 형사범죄…저작물도 규제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지난해 10월 등급을 심의한 ‘22살 부평사는 여친 섹스 몰카 유출’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물(영상물). 저작권자가 영등위에 저작물 등급분류를 받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이 유통 가능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지난해 10월 등급을 심의한 ‘22살 부평사는 여친 섹스 몰카 유출’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물(영상물). 저작권자가 영등위에 저작물 등급분류를 받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이 유통 가능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몰카’ ‘유출본’, ‘국산’ 등 불법촬영물을 본 딴 제목의 비디오물이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영등위) 심의에서 통과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촬영물을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영등위는 등급 분류 역할을 담당할 뿐 제재할 수 있는 행정처분 권한은 없다는 입장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영등위가 심의한 합법적인 콘텐츠라는 이유로 유통을 막을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웹하드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연상단어라는 이유로 ‘몰카’ ‘유출본’, ‘국산’ 등의 단어에 대해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영상물은 ‘제휴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검색 결과로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예스파일’, ‘K디스크’ 등 국내 주요 웹하드에서 ‘몰카’ 등을 검색하면 ‘금칙어’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된다. 그러나 동시에 해당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영상물 목록이 뜨면서 ‘제휴컨텐츠에 한해서 검색 결과가 제공됩니다’라고 안내한다.

웹하드 케이디스크에서 불법촬영물과 연관된 단어인 ‘유출본’을 검색하면 ‘금칙어’라는 안내와 함께 ‘제휴컨텐츠에 한해서 검색 결과가 제공됩니다’라고 안내한다.
웹하드 케이디스크에서 불법촬영물과 연관된 단어인 ‘유출본’을 검색하면 ‘금칙어’라는 안내와 함께 ‘제휴컨텐츠에 한해서 검색 결과가 제공됩니다’라고 안내한다.

‘제휴콘텐츠’는 검색 제한으로 차단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예스파일’은 “제휴콘텐츠란 사업자등록을 한 저작권사와 우리(웹하드사)가 계약해서 유통되는 콘텐츠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즉 해당 영상물의 저작권자가 저작물로 등록한 영상물이라는 것이다. 저작권은 지식재산권의 하나로 저작권자의 이익을 보장한다.

문제는 이 영상물이 영등위의 심의를 받았다는 데 있다. 웹하드업체를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제휴콘텐츠에 대해 정식으로 저작권을 등록하고 영등위의 심의를 합법적인 영상물이라는 것이다. 영등위는 영화, 비디오 등 영상물을 ‘청소년 관람불가’ 등 5개 기준으로 등급분류하는 기구다. 극장이나 TV 뿐만 아니라 웹하드에서 유통되는 영상물도 등급분류 대상이다.

실제로 영등위 사이트에서 ‘등급분류 검색’ 기능으로 ‘몰카’를 검색하면 불법촬영물과 유사한 제목을 단 영상물이 2018년 하반기에도 여럿이 심의 결과를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성관계 영상이 불법적으로 유출되면서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촬영물을 의미하는 ‘몰카’ ‘유출본’ ‘국산’ 등에 대해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몰카’는 형사범죄로 처벌하고 있는 만큼, 이와 유사하게 만든 저작물 역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영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목뿐만 아니라 영상 역시 피해촬영물과 유사한 컨셉으로 만든 저작물로 인해 다시 소비문화가 조장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만한 근거도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가 포함된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문제가 되는 콘텐츠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따르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 영상물은 조치할 수 있지만 제휴콘텐츠는 영등위가 심의를 통과한 합법적인 영상물이기 때문에 문제를 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등위는 등급 분류를 하는 기구일 뿐 제목이나 내용 등을 문제 삼아 제작사에 변경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등위 관계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행정처분 등의 권한이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난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사전심의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다. 그렇다보니 특정 업체에 수정할 것을 권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등위는 대책과 관련해서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분류가 되더라도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업체와 논의하고 자정노력을 이끌어내고 있다”면서 “업계가 스스로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몰카 등 불법촬영물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점도 감안해 심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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