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다양한 여성인재 발굴 제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청와대 여성 비서진 임명 결과에 대해 여성계에서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 쪽과 보수 언론들이 ‘파격’, ‘깜짝’ 형용사를 쓰며 여성 비서관 인사를 대단한 일인양 추켜세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관계는 물론, 청와대 참모진까지 여성할당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해 온 여성단체들로선 31명 가운데 4명(12%)에 불과한 여성 비율이 성에 찰 리 없다. 곧 임명될 6명 가운데 여성이 들어설 자리가 별로 없는 것을 감안하면 여성 비서진 비율은 10%를 겨우 채운다.

틈만 나면 여설할당을 강조했던 노 당선자가 취임이 임박하면서부터 결국 여성을 ‘구색맞추기’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새 정부 내각 후보자 가운데 여성이 겨우 1∼2명 오르내린다는 소식을 접한 여성들은 노 당선자의 여성관을 재검증할 태세다.

김기선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노무현 당선자가 선거 때 양성평등사회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달리, 인력배치에선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기 부장은 “비서관 구성이 앞으로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에 곧바로 영향을 줄 것을 감안할 때, 대단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조인 일색인 여성 등용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최은순 국민제안비서관, 황덕남 법무비서관 등 여성 수석·비서관 6명 중 절반이 법조인 출신이다. 황 법무비서관 내정자는 업무상 불가피하다고 해도, 다른 비서관은 후보자를 좀더 폭넓게 찾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야당의 한 여성당직자는 “야당이어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여성 비서진은 숫자도 너무 적고 분야도 편중돼 있다”며 “여성단체 등에 능력있는 여성인사들이 많은데도 너무 측근들만 기용하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18일 논평에서 “현재 청와대 40개 비서관 중 공무원이 절반을 넘는다”며 “새 진용은 공무원이 한 명도 없고, 사회경력이 없는 정치지망생들로만 채워졌다”고 비난했다.

치안·사정비서관 등이 여성을 배치하기 어려운 자리인데다, 여성들로 채울 2부속실을 빼면 여성비서관 임용은 이제 끝난 상태. 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노무현 당선자가 정말 여성들의 세력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앞으로 내각 구성에선 여성인력을 확대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영환·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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