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업 브라 말고 브라렛, 삼각 팬티 대신 드로즈
볼륨업 브라 말고 브라렛, 삼각 팬티 대신 드로즈
  • 김서현 수습기자
  • 승인 2019.01.04 07:00
  • 수정 2019-01-03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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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시크릿의 몰락
브라렛 판매량 3049% 급증
속옷업계들, 앞다퉈 브라렛 내놔
남성 속옷 사는 여성들…
여성용 드로즈도 등장
전문가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
자기결정권 지평의 확대”
브라렛과 드로즈를 선호하는 여성들. 제품사진은 엘라코닉, 톤포투 제공 ⓒ여성신문
브라렛과 드로즈를 선호하는 여성들. 제품사진은 엘라코닉, 톤포투 제공 ⓒ여성신문

 

여성들이 몸을 옥죄지 않는 편한 속옷을 찾고 있다. 

전세계 속옷 시장의 30%를 점유하던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지난 12월 2일(현지시간) ABC 채널을 통해 녹화 방송됐지만 327만명이 시청,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기업인 L브랜드 주가는 현재 25.67달러로 1년 전보다 60%가량 추락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부진에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꼽힌다. 미국 금융기업 웰스파고가 실시한 소비자 설문에서 응답자의 68%는 빅토리아 시크릿을 예전처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60%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이미지는 "가짜" 또는 "억지"라고 느낀다고 전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빈자리는 상품 광고에 포토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 유명해진 브랜드 ‘에어리’와 임신한 여성을 무대 위에 세우는 등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기용하는 브랜드 ‘팬티X새비지’ 등이 채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볼륨업 브래지어 대신 레이스나 홑겹 천만으로 가슴을 감싸는 브라렛과 노와이어 브라를 찾고 있다. 소셜 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브라렛 판매량은 상반기에 전년 대비 3049% 급증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 20~29세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비안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속옷 구입 시 고려 사항으로 2017년 상반기에는 ‘볼륨을 살려주는’ 항목을 1순위로 꼽은 비율이 13%였으나 2018년 상반기에는 9.7%로 감소했다. 같은 조사에서 ‘착용감이 좋은’ 항목을 1순위로 선택한 비율은 같은 기간 22.7%에서 25%로 증가했다. 

국내 각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브라렛을 앞 다퉈 내놓고 매출 증대를 맛봤다. 신세계 백화점 자체 속옷 편집숍 엘라코닉은 아예 PB 상품의 90%를 브라렛으로 채웠다.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엘라코닉 담당자는 “속옷 편집숍이기 때문에 와이어 브라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자체 제작 속옷인 브라렛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남영비비안 또한 브라렛 제품군의 판매량이 2018년 전년 대비 약 160% 증가했다. 

일반 브래지어를 모두 버리고 브라렛을 입은 지 3년이 돼 간다는 임주연씨는 “브라렛은 와이어가 없어서 가슴이 편해 체하는 일이 없다. 가슴이 퍼지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일반 브래지어보다 편하다. 예쁘기도 예쁘다”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여성들은 기존의 작고 조이는 팬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착용감에서 남성용 팬티가 낫다며 괜찮은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했다. 스파브랜드 매장의 남성용으로 제작된 ‘트렁크’와 ‘드로즈’가 편하다는 소문이 퍼지며 이를 구입하는 여성들이 늘었다. 지난 6월, 퀴어 유튜버 수낫수는 여성을 위한 드로즈 제작에 나서 텀블벅에 공개해 1896%의 펀딩에 성공했다. 수낫수는 “기존의 여성용 사각팬티 중 다수는 속옷이 아닌 속바지 패턴으로 제작돼 불편했고 남성용 드로즈는 남성의 신체에 맞춰져 불편했다. 여성들이 불편한 삼각팬티의 대안에 갈증을 느끼던 시점에 여성의 신체에 맞춘 드로즈를 제작한 점이 큰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여성들이 더 편한 속옷, 브라렛을 찾는 현상은 최근 유행 중인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이다. 남성의 욕망이 반영 된 브라를 단순히 거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어떤 욕망을 가질 것인가, 어떤 개성과 아름다움을 가질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 요즘 여성들은 자기결정권에서 소외됐다가 새롭게 지평을 넓히고 있다”라며 “재미있는 것은 기업들이 페미니즘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소비자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욕구를 이야기 하자 기업들이 반응한다. 더욱 그래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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