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 국가과제 정착 성과

권한·집행력 취약 ‘미니부서’ 한계

보육·복지업무 이관 여론

“음지보다 양지를 넓히는 데 주목하라.”

지난달 29일로 출범 2돌을 맞은 여성부를 평해 달라는 물음에 한 여성계 인사가 던진 답이다. 겨우 2년밖에 안된 중앙부처를 평가하는 일이 자칫 섣부른 비난에 그칠 수 있고, ‘조정역할’이 대부분인 여성부에 성과 위주의 평가잣대를 들이대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인사는 “여성부 출범 자체가 갖는 의미가 지금도 유효하다”며 “기대가 큰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에 주목하는 것이 여성부나 여성에게 더 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계가 여성부 확대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권한과 예산, 집행력이 보잘 것 없는 ‘미니부서’로 계속 남아 있다간 여성부의 ‘홀로서기’는 힘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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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는 출범 2년 동안 홀대받던 여성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정착시키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한과 집행력이 낮은 ‘미니부서’에서 벗어나 보육·가족 업무를 수행하는 부처로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사진은 2003년 여성부 시무식. <사진·민원기 기자>

여성부의 업무가 대부분 각 부처를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성과는 실제로 여러 곳에 흩어져 나타난다. 여성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정착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는 것이 여성계가 공감하는 대표적인 성과다. 모성보호 3법을 고치고, 새 정부가 여성정책조정회의를 두기로 하는 등의 개혁적 조치들도 여성부가 이끈 결과다.

성과중심 평가 일러

여성부가 김대중 정부 아래서 터를 닦았다면, 새 정부 출범 뒤엔 어엿한 누각을 지어야 한다는 게 여성계 중론이다. 보육 등 아동복지·가족정책 업무를 맡는 게 주춧돌이라면, 예산·집행력을 늘리는 건 대들보를 세우는 식이다. 여성부의 자체 진단과 여성계 요구로 출범 2돌의 허와 실을 살펴본다.

▲여성정책을 국가과제로=여성부가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 대목이다. 출범 초부터 줄기차게 ‘보육문제 해결’을 내세워 지난해 3월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을 보건복지부·노동부와 함께 발표한 것이나, 2001년 1706억원이던 보육예산을 올해 2999억원(42.6% 증가)까지 늘린 것이 사례다. 보육정책 부처의 정책협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10개 부처가 참여한 ‘유아교육·보육발전기회단’을 만든 것도 고무적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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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보호관련 3법을 고쳐 출산휴가를 늘리고, 육아휴직급여 지급을 제도화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엔 여성발전기본법 제정으로 총리실 아래 여성정책조정회의, 모든 중앙부처에 여성정책책임관을 두도록 했다.

지난해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를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계속 하게 한 것은 여성정책의 새 지평을 연 조치로 풀이된다. 지금은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국공립대 여교수 채용목표제, 과학기술부와 여성과학기술인 채용목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를 통해 3단계 호주제 폐지 전략을 내놨으나, 여성계가 대안으로 삼은 ‘1인1적제’와는 차이가 커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인수위가 1인1적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시행방안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육관련 법제화 대표적

지난해 5월 개통된 여성 공익사이트 ‘위민넷’은 1만74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방문자수 43만여명을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사이버멘토링 사업도 좋은 평을 받았다.

▲여성인력 활용=여성부가 ‘국가 여성인적자원 활용제고계획’을 총괄한 뒤 2000년 23.6%이던 정부위원회 여성참여율이 지난해 6월 28.8%로 올랐고, 지방자치단체는 같은 기간 30%를 채웠다. 지난해엔 여학생을 대상으로 ‘여성신직업페스티벌’을 열어 호응을 얻었고,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행사를 상설화할 방침이다.

출범과 함께 노동부에서 넘겨받은 ‘일하는 여성의 집’을 ‘여성인력개발센터’로 고쳐 2년동안 7만9300여명을 교육, 2만3700여명이 취업·창업하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엔 전업주부 재취업 교육훈련사업을 처음 시작, 취업률 44.2%(전체 785명)를 기록했다.

아울러 여성 정보기술(IT) 교육(1100여명), 차세대 여성지도자 육성캠프(1200여명), 국제전문여성인턴(매년 15명) 등 여성인력 발굴·육성 사업을 꾸준히 펴왔다.

▲차별개선=출범 뒤 2년동안 31개 기관에서 남녀차별적인 법령 등 638건을 찾아내 고쳤다. 한양대 승진·보수 차별, 남녀공학 출석부 번호 차별 등을 차별개선위원회를 43회(128건) 열어 개선했다. 2년동안 차별신고센터에 들어온 상담은 모두 3598건.

가정·성폭력 방지와 관련, 정부가 지원하는 상담소를 늘리고, 여성장애인을 위한 전문성폭력상담소 11곳과 피해자보호시설 2곳을 새로 만들었다. 성폭력 피해자 의료지원을 위해 정신과 치료비, 진단서 발급비용을 지원범위에 넣고, 준응급증상으로 처리토록 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올해 예산 652억원 삭감

▲대외협력=여성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전국규모 자원봉사자 상해보험(2002년 2만7000명)에 가입하고, 온라인상에 자원봉사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해 말엔 여성의 관점에서 근현대 100년사를 해석한 여성사전시관 문을 열었다. 연인원 750여명 규모의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주목된다.

여성발전기금 사업을 정리, 여성기술인력창업자금 대출사업, 양성평등센터 설립운영사업,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지원사업 등 고유 목적사업을 개발한 것도 여성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대목이다.

▲남은 과제=“중요한 건 역시 돈이다. 예산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고, 사업을 못하면 그게 무슨 부처인가.” 한 중앙부처 여성정책담당관의 토로다. 담당관이 의욕을 갖고 일을 하려 해도 당장 예산이 뒤따르지 않으니 시작도 못 한다는 얘기다.

여성부 처지도 별로 다르지 않다. 여성부가 요구한 올해 예산은 1087억원이었지만, 심의과정에서 무려 652억원(60%)이 깎였다. 이는 전체 예산 111조원의 0.039%에 불과한 수치다. 여성부가 낸 13개 신규사업은 겨우 5개만 수용됐다. 예산당국의 ‘성인지’ 수준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여성계는 보육·가족·청소년 업무를 여성부가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예산을 확보해 미약한 집행력을 보완하자는 얘기다. 노르웨이가 여성아동가족부를 둔 것이나, 독일이 아동·청소년·노인·가족·여성 정책을 아우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여성들은 보건복지부의 보육(방과후 아동보육 포함) 등 아동복지업무를 넘겨받고,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정책업무를 신설해 여성부가 맡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여성부의 현재 권한과 기능, 예산, 인력으론 성차별로 생기는 갈등, 인력손실 등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육·가족업무 이관 관건

지금으로선 보건복지부가 관련 업무를 내놓을지 불투명하다. 노무현 당선자가 ‘여성가족부로 확대’를 강조하긴 했지만, 관료조직의 특성상 기득권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육업무는 복지부 안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분야란 점을 감안할 때, 우선과제로 삼을 수 있는 여성부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가족정책 업무를 신설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핵가족화와 이혼으로 생긴 한부모 가족, 재혼·독신가구 등 가족 형태가 세분화되고, 전통적인 가족주의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 가족의 건강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정책을 묶여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집행력을 갖추기 위해 차별개선위원회의 권한을 늘리자는 주장도 있다. 차별개선위원회를 시·도까지 두고, 상임위원을 배치해 조사·시정명령권 같은 준사법권을 주자는 것.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여성정책국 등과 ‘계선조직’을 만들고, 관련 예결산권·감사권을 여성부가 맡아 집행력을 확보하자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들은 노 당선자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새 정부 출범 전에 관련부처의 반발을 잠재우고 이행방안을 어떻게 세울지다. 인수위에서도 여성부 강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지만, 반대의견이 많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여성부에게 큰 기대를 거는 건 무리지만, 예산과 인력, 권한을 확대하는 건 당장 중요한 문제”라며 “부처의 반대나 여성부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에 맞서려면 여성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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