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엄마들’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비리근절 3법’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정치하는엄마들’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비리근절 3법’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유치원 3법의 시작은 이랬다. 썩은 감자, 포도 세 알을 먹이고, 200명의 아이들이 먹을 계란국에 계란 세 알을 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써야 할 시설보수금을 빼돌린 사립유치원의 비리회계. 단 하나라도 이런 유치원이 있으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고,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치밀한 법을 만들고자 하는 게 어른 된 도리다. 그러나 최소한의 조처에 불과한 박용진의 유치원 3법을 거부하고 자체 법안을 통해 비리회계를 위한 온갖 문을 다 열어주고, 반면 법안 합의를 위한 모든 논의에는 귀를 닫은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투명한 회계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정작 11월 9일 첫 법안 소위에서 유치원 3법 심사 때 자리를 비워 논의를 무산시켰다. 이어 12일에는 당의 자체 법안을 준비 중이니 기다려달라며 침대축구 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미 나온 법안이 있으니 수정논의를 하자는 여당의 요청에도 한 달 넘게 시간을 끌었다. 11월 30일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한국당의 유치원 3법은 일반회계와 국가지원금회계를 분리하여 학부모가 부담하는 일반회계는 정부의 감시를 제외하자는 개악과 다름없는 법안이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요구와 같게 법안에서 시설사용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고 이는 법논리적으로 불가하다는 시민사회와 언론의 선제적인 압력이 있었기에 회계분리 쪽으로 전략을 튼 분위기였다. 병합심사를 시작한 법안소위 첫 논의 때부터 곽상도 의원은 사립유치원을 식당에 비유하여 “식당 주인이 음식값 받았다고 음식 만드는 데 안 쓰고 다른 데 쓰면 처벌하자는 것하고 똑같은 거예요. 개인들 간에 돈을 주고받는 거래잖아요.”라고 발언했으며, 6일에 이어진 2차 논의 때는 공공연하게 “한국당 유치원 법 취지는 사적 영역 지켜주는 것”이라고 발언한다. 결국 8일까지 한국당 의원들은 단일회계는 심사할 수 없다는 말만 남기고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당 교육위 위원 일부가 한유총 영남분회 회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김한표 의원, 곽상도 의원, 전희경 의원은 유치원 관계자의 후원금은 돌려줬다고 해명했으나, 50만 유치원 원아들의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저버리기까지 달콤한 거래가 무엇이었을지 의혹만 부풀려놓았다. 이어 10일에도 "자한당 최고. 한유총 회원 모두 끝까지 은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한유총 관계자들의 문자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쇄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2월 11일 정치하는엄마들은 ‘도대체 얼마면 유치원3법을 살 수 있는 것이냐?’ 며 곽상도, 권성동, 김한표, 이장우, 전희경(이상 자유한국당), 오제세(더불어민주당), 최도자(바른미래당) 국회의원 7명을 한유총 쪼개기 후원 건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의 침대축구 전략이 유효하게 된 것은 민주당의 의지 부족과 무능에도 기인한다. 유치원 3법은 민주당의 당론이었고 지난 11월 21일에는 5당의 원내 대표가 연내 사립유치원 관련법안 통과를 약속하며 서명했다. 직권상정 등 원내대표로서 쓸 수 있는 여러 카드가 있음에도 마지막날인 7일이 돼서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 유치원 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릴레이를 벌이자 나섰다. 엄마들이 보기에 이는 쇼에 불과했다. 대통령의 임시국회에서의 처리 발언이 나오자 11일 홍영표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을 언급하며 한국당 없이 통과하겠다고 뒤늦은 으름장을 놓았다. 아직 골든타임은 남아있다. 이 역시 정치쇼로 끝나지 않도록 엄마들이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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