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편의점 출점제한은 올바른 정책인가요
[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편의점 출점제한은 올바른 정책인가요
  • 김동조
  • 승인 2018.12.10 14:56
  • 수정 2018-12-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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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오래도록 다양한 현장 경제를 경험해온 김동조 대표가,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그러나 어려운 경제를, 여성신문 독자를 위해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Q: 제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는 편의점이 많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편의점이 있으니 편리한 점이 많죠. 하지만 요즘 편의점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에 어렵다는 말들이 계속 나오더군요. 그래도 제가 눈여겨보는 곳은 꾸준히 장사가 잘되는 것 같아 저도 편의점 사업을 해볼까 합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편의점 체인들이 합의한 근거리 출점 제한의 자율규약을 허용해 준다고 합니다. 이제는 편의점을 내고 싶어도 50에서 100미터 안에 다른 편의점이 있으면 낼 수 없게 되겠죠. 이미 있는 편의점들은 좋을지 몰라도 저처럼 편의점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난처하군요. 이게 올바른 정책인가요?

공정거래위원회의 '편의점업계 근거리 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 규약 선포식'을 통해 출점 거리제한이 18년 만에 부활된다. 4일 오후 서울 도심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편의점이 마주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공정거래위원회의 '편의점업계 근거리 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 규약 선포식'을 통해 출점 거리제한이 18년 만에 부활된다. 4일 오후 서울 도심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편의점이 마주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A: 편의점 체인들이 합의해 편의점의 근접 출점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카르텔입니다. 카르텔은 공모를 통해 높은 가격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려고 하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카르텔을 없애기 위한 정부 조직을 둡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죠. 50-100미터 안에 편의점의 출점을 하지 않겠다는 자율규약은 편의점에서 파는 제품의 가격을 담합해서 인상하겠다는 선언과 거의 같은 얘기입니다.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 정도의 차이 밖에 없습니다. 독점과 카르텔을 막아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것이 공정위의 존재 이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모순적인 조치죠.

공정위가 독점과 카르텔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독점과 카르텔이 경쟁을 막아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조금 어려운가요? 이렇게 설명을 해보죠. 가게가 꼭 필요한 곳인데 편의점이 없습니다. 어느 날 그곳에 생긴 편의점은 많은 매출과 높은 이익을 즐기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잇달아 편의점을 엽니다. 매출은 줄어들고 이익도 줄어듭니다. 경쟁자가 생기면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편의점이 한국에 처음 생겼을 때는 같은 제품이라도 편의점의 가격이 슈퍼에 비해서 훨씬 높았습니다. 하지만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제품의 가격은 점점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에 수입 맥주 4개를 1만원에 팔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이렇게 기분 좋은 가격은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죠.

경쟁은 어떻게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게 되는 걸까요? 경제학은 이것을 ‘한계비용 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합니다. 한계비용은 생산이 한 단위 증가할 때 늘어나는 비용을 말하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가격은 한계비용에 점점 가깝게 하락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경쟁이 갖는 효율성이에요. 만약 기업이 하나뿐이어서 경쟁이 전혀 없다면 독점 기업은 자신의 비용을 줄이는 자체 효율성은 갖지만 그렇게 만든 독점 가격은 경제의 자원 배분을 왜곡시킵니다. 소비자는 질이 낮은 제품을 높은 가격에 써야 하고요. 기업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래서 경쟁이 심하면 심할수록 제품의 질에 비해서 가격은 싸지고 기업의 이윤은 박해지죠. 소비자들은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되고요. 소비자 후생이 증가합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혁신을 통해서 다른 경쟁자를 압도하는 곳이 생겨납니다. 혁신을 통해 경쟁에서 이겨서 얻어진 독점권은 다른 경쟁자들이 비슷한 혁신에 도달하기 전까지 짧지만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죠. 이게 부러운 경쟁자들은 더 격렬하게 혁신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혁신은 가속화됩니다. 물론 삼성전자가 우주 최고의 스마트폰을 내놓아도 시장은 멀지 않아 비슷한 핸드폰으로 포화됩니다. 삼성전자는 그 잠깐 동안의 독점 상황에서 배타적으로 높은 마진을 잠시 누릴 수 있을 뿐이죠. 모든 시장의 존재들은 사라지기 전까지 혁신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어요. 이것이 미국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경제가 이룩한 혁신의 과정입니다.

혁신의 과정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경쟁의 심화가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경쟁이 너무 심화되지 않도록 시장의 포화를 사전적으로 막으면 되지 않을까요? 솔깃한 얘기죠. ‘시장이 포화상태인가요?’라는 질문에 모든 기존 사업자는 포화상태라고 말할 겁니다. 자신의 생존이 달린 문제니까요. 시장의 포화여부를 정부가 잘 알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도 한 때 있었습니다. 바로 과거 공산국가였던 소련과 중국이죠. 잘 아시다시피 모두 실패했습니다. 소연방은 해체되었고 중국은 시장의 문을 열게 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시장의 포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심판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바로 시장입니다. 시장이 포화되었는지 여부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이고 시장의 가격 기능이 그 결정을 내립니다. 경쟁의 심화를 혁신으로 다시 극복해야 하는 것 역시 시장의 숙명이고요. 그럼 정부의 할 일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임무가. 우선 정부는 경제 주체들이 혁신을 위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는가를 살피고 그렇지 않은 자들을 응징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지금 한국에서 몹시 중요한 것인데, 혁신을 위해 몸부림치다가 경쟁에서 낙오된 존재들을 사회안전망으로 보듬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혁신의 존재들이 도전할 열정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공정위가 편의점의 출점 제한과 같은 나쁜 정책을 하게 된 것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마도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편의점의 이익이 급감하게 되면서 그를 보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죠. 하지만 나쁜 정책은 나쁜 정책으로 만회되지 않습니다. 나쁜 정책 자체를 좋게 바꿔야죠. 카페의 혁신은 스타벅스를 이겨보려는 마음에서 생기지 스타벅스의 출점을 제한해달라는 마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삼성 핸드폰의 혁신은 애플 아이폰을 이겨보려는 마음으로 생기지 애플 스토어의 오픈을 막는 마음으로 생기지 않아요. 너무 늦기 전에 경쟁을 막고 혁신을 막는 정책이 제대로 된 정책으로 바뀌길 기대해봅니다.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dongjo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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