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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애순,정석씨

40대 늦깎이로 등단한 신인 여성작가 2인이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장편소설 〈예언의 도시〉로 제3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

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윤애순(42)씨와 지난 97년 ‘오늘의 작가

상’ 본심에 올라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카

프카의 결혼〉을 출간한 강원대 독문학과 정석(49) 교수가 그 주인

공. 이들 작품은 소위 ‘여성적 글쓰기’라 지칭되는 사소사적이고

감성적인 문체와는 구별되며 스케일이 커 여성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윤애순씨의 〈예언의 도시〉배경은 캄보디아 프놈펜. 작가의 캄보

디아 체류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작품으로 운명의 불가항력에 저항하

는 인간의 실존문제를 다뤘다. 젊은 시절 사랑에 실패하고 혁명가의

길로 뛰어든 ‘타’는 수용소로 끌려온 옛사랑 ‘아니’와 그의 남

편 ‘쿤’과 만난다. 타는 아니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아니를 죽이고 아니가 남긴 벙어리 딸 ‘스라이’와

밀림으로 도망친 타는 변경의 바땀방 지방에 은둔하다 수도 프놈펜

으로 간다.

한편 한국 남자 ‘상훈’이 사회주의 혁명에 실패한 캄보디아를 찾

는다. 그는 경제적인 부(富)도, 결혼에도 실패한 낙오자. 상훈은 스라

이의 집에 기숙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캄보디아에 한국 외교관 부

인 자격으로 오게 된 ‘숙영’과의 만남은 또 하나의 실패를 의미하

는 것일까. 상훈을 사랑하는 숙영과 스라이를 사랑하는 상훈의 엇갈

린 인연은 운명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희망이란 메시지를 읽어낼 수는 없을까? 작품

의 결말은 서두를 여는 예언 “까마귀떼의 저주가 캄보디아의 하늘

을 뒤덮으리라”의 뒷부분 “황금 날개가 까마귀가 지난 하늘을 다

시 가리운다”에서 드러난다. 또한 숙영이 자신의 연적인 스라이의

아이를 받아들이는 행위는 운명의 힘에는 어쩔 수 없어도 끊임없이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를, 한사람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도 역

사는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저는 어렴풋하게나마 한국에서 여성작

가는 어떠해야 한다는 음험한 지배이데올로기를 감지하게 되었습니

다. 저 자신 역시 그것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요. 여성 안에 있는 남

성성을 억압하고, 그것이 편협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을 지양하려

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씨는 이후 분단을 비롯한 우리들의 갈등

을 단편으로 써보고 싶다고 전했다.

〈카프카의 결혼〉의 작가 정석씨는 국내 카프카 연구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가 처음 내놓은 소설도 카프카처럼 ‘결혼 불능증’에 걸

려있다고 생각하는 결혼 제도를 거부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이동석은 카프카를 자처하여 ‘미스터 카프카’

라는 별명까지 얻은 노총각으로, 첫사랑이자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

던 해란이 결혼을 요구하자 뒷걸음질 친다. 다른 남자와 결혼한 해

란과 뒤늦게 만난 그는 해란이 자신의 아이를 기르고 있음을 알게되

지만, 해란과의 기억으로 결혼불능증은 더해만 가는데...

작가는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카프카를 소설을 통해 쉽게 풀

어놓았다. 소설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지식의

경직성’.

“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온 지식인들이 막상 자기 현실에서 응

용하지 못하고 주체적이지도 못한 세태를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이후로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싶단다. 여성으로 사는 것도,

여성으로 살지 않는 것도 어려운 복잡다난한 여성의 삶을 자신의 내

면을 천착함으로써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철저히 남성사회

인 교수사회에서 여자로서 버텨내야 하는 작가의 실존문제이자 이

시대 여성들의 보편적인 고민을 작가로서 외면할 수 없는 지식인으

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최이 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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