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목수·기관사 언니들 “남성만의 일자리? 이분법 뭉개자”
건설현장 목수·기관사 언니들 “남성만의 일자리? 이분법 뭉개자”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8.12.03 13:31
  • 수정 2018-12-05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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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목수·기관사 언니들 “남성만의 일자리? 이분법 뭉개자”

지하철 기관사, 건설현장 목수,
비행기 부기장, 자동차공장 기술자 등

‘젠더 이분법 뭉갠 언니들’

임금 등 근무 조건에 차별 없는 곳도 있지만
여성 역할 강요하는 직장 문화,
화장실 등 여성 시설 없거나 부족

민주노총 “성별임금격차 원인은 성별화된 일자리”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젠더 이분법 뭉갠 언니들’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야기 손님으로 건설현장 목수,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공장 기술자,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젠더 이분법 뭉갠 언니들’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야기 손님으로 건설현장 목수,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공장 기술자,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기관사 일을 하려는 여자 후배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남자 일이 전혀 아닌데도 사회가 그렇게 규정짓는 모습이 안타깝다.”

서울 5호선 지하철 기관사로 23년 째 근무하는 이숙경씨는 1994년 당시 공채 1기 300명에 포함된 여자 기관사 8명 중 한명이다. 처음 지하철을 운행하던 당시 승강장에 있는 승객들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도 똑같다. 그는 후배 여성들에게 기관사 일을 추천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기관사 일을 하는 여성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의 주최로 건설현장 노동자, 비행기 부기장, 자동차조립공장 기술자,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여성들과 함께 ‘젠더 이분법 뭉갠 언니들’이라는 제목으로 집담회를 열어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현재 여성의 문제와 노동의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성별임금격차의 근본 원인은 성별화된 일자리이며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초대된 손님은 현대자동차울산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하다 현재 노동조합 상근직으로 일하는 황지선씨, 건설현장에서 형틀 목수로 일하는 남한나씨,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로 지하철을 운전하는 이숙경씨, 대한항공 부기장으로 여객기를 운행하는 조은영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직장에서 최초이거나 몇 안되는 여성으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장에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나가면서, 여성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첫 출근 하는 날부터 여성이라는 존재로 각인된다.

“대한항공 건물 조종사 훈련동은 99%가 남자라면서 제가 등장하니 ‘누구 찾으러 오셨냐’고 묻더라. 정복 입은 것도 아니고 일반 회사원 정장 입고 출근했던 탓도 있을 거다. 동기들은 독한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독한 훈련을 이겨냈기 때문이다.(조은영 부기장)”

“2017년 4월 19일 상가를 짓기 위해 보를 짜는 작업 현장에 첫 출근했다. 팀장이 나를 보러와서는 ‘망치질 좀 하네’라고 하고 갔다. 그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채 퇴근했고 집에 가니 안도감이 들면서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다.(남한나 목수)”

현장 분위기나 회사의 근로조건은 천차만별이다. 성별과 무관하게 근로조건이 같은 곳도 있지만 차별이 작동하는 곳도 있다. 또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해온 일터의 특성상 화장실 등 여성 노동자를 위한 기본 시설이 없는 곳도 많다.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명백한 성차별이다.

“똑같은 지하철 기관사인데 운전 마치고 쉬는 시간에 사무실에 있으면 ‘여자가 전화 받아야지’라고 하고, 남자들은 바둑을 둔다. 우리가 반발하고 안했더니 더 많이 차별하고 미움을 받았다. 그게 혐오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다. 부장이 ‘철도 100년 역사에 여자는 너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시설같은 게 전혀 안 돼 있었다. 초기라 모든 시설이 그랬지만 (방화역에 위치한) 방화기지 검사부에 여자화장실이 생긴 지가 3년 정도 밖에 안 됐다. 그때까지 남자화장실을 같이 쓰거나 관리동 등에 가서 썼다.(이숙경 기관사)”

“건설현장에서 여성이고 남성이고 화장실이 그리 많지 않고 일하다가 화장실 가는 것을 귀찮아하고 해서 급하면 잠깐 뒤돌아서 볼일 보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처음 접했던 저는 당황스러웠다. 현장에 일하는 사람이 150명 정도인데 여성은 10명 이내다. 대부분 현장 시설들이 남성 위주다. 화장실도 남자용이 3~4개면 여자는 1개 있다. 남자 화장실이 부족하니 여자 화장실도 침범하고 여자 탈의실 샤워실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휴게실도 아예 없다. 전체적으로 공용이다.(남 목수)”

건설업의 여성 임시 및 일용노동자 비율은 2014년 7.1%(2만7895명)에서 2016년9.5%(5만758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노동환경은 여전히 남성 중심이어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젠더 이분법 뭉갠 언니들’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야기 손님으로 건설현장 목수,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공장 기술자,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젠더 이분법 뭉갠 언니들’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야기 손님으로 건설현장 목수,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공장 기술자,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반면 임금 체계나 업무에 성별 차이를 두지 않는 현장도 있다.

“비행기 기장·부기장은 야근을 밥먹듯 하는 체력소모가 많은 직업이다. 시차를 가늠할 수 없다보니 쉬는 날이 쉬는 날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입사 초에는 ‘내가 여자라 더 힘들겠구나’ 생각했는데 남성 동료들도 똑같이 힘들다고 하더라. 남자라서, 여자라서 더하거나 덜하거나 그런 거 같지 않다. 스케줄, 수당도 똑같다. 승진은 철저하게 입사 순이라 여자라서 늦어지는 것도 없다. 출산 휴가 후 돌아오면 동기와 같이 승진한다.(조 부기장)”

“7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고 야근을 하지 않는다. 급여는 학교를 졸업하면 기본적으로 받는 일당은 15만5천원부터 시작해 점점 올라간다. 남녀 차별은 없다. 조금 차이 있는 건 기능공으로 올라가는 시간이 여성이 조금 더 오래 걸린다. 힘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남성은 더 많이 힘쓰고 일을 더 많이 하니 1·2 년 지나면 쉽게 기능공이 된다. 기능공 임금은 몇 천원 정도 차별을 두는 편이다.(남 목수)”

“자동차 조립 기술직은 임금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없다. 다만 사무직군 여성은 진급에 차별이 있다. 사무직은 10년이 넘어도 일반 사원이다. (황지선 현대차노조 실장)”

승진 차별과 여성 우선 해고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주요 문제다. 같은 자격증을 가지고 같은 업무에 종사하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하고 아래 기수 남성을 먼저 승진시키기도 했다며 이 기관사는 분노했다. 여성의 일은 반찬값이나 아이 학원비 버는 정도로 여기는 사회 문화 때문이다.

“제가 공채1기인데 승진이 계속 밀려서 4기까지 저보다 먼저 진급했다. 소장님이 저를 불러서 기수를 역전해 후배를 승진시킨 게 처음이라면서 ‘쟤는 가장이잖아, 니가 참아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니 너무 억울하더라. 나도 가장인데, 여성 기관사 승진은 계속계속 밀린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전체의 문제여기에 대차게 화내고 싸웠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똑같았을 것 같다.(이 기관사)”

사회를 맡은 신경아 한림대학교 교수는 “승진 문제만이 아니라 부부가 한 직장에 같이 일하다 보니 ‘(여자인) 네가 나가’라고 해서 나간 분도 있다”면서 “여성들이 버는 돈이 결코 주변적인 게 아니다. 서로를 부양하는 것이지, 누가 누구를 부양하는 것이라거나 누가 의존하는 거 아니다. 쟤는 가장이다, 이런 말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근무 환경을 하나씩 바꿔나가면서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뀌는 속도는 느린데다,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 노동자를 탓하는 다른 노동자들의 시선을 받을 때 억울하지만 꿋꿋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임신한 여성 기관사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임신 상태에서 기관차에 탔고 유산했는데 제도적인 게 없기에 아무 조치를 해줄 수 없다는 얘기만 나왔다. 세 번째로 유산한 기관사가 나왔을 때 그 다음부터는 진단서를 떼주면 차를 내려서 경미한 업무를 시켜줬다. 나중에야 노사 단체협상에 조항을 넣었다.(이 기관사)”

“여성 조종사가 입사한지 20년이 됐는데 이제 30명이 넘었다. 아직도 여자 기장이 기내방송하면 여자가 비행하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 하물며 집단에서 어떻게 잡음이 없을까. 여성 조종사들은 소수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노력해서 알리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수이기 때문에 메리트를 갖는 것으로 오해하는 남성들도 없지 않다. 변화의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모임 만들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 조합원만 보고 가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조 부기장)”

민주노총은 성별임금격차의 근본 원인은 성별화된 일자리이며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현재 여성의 문제와 노동의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젠더 이분법 뭉갠 언니들’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야기 손님으로 건설현장 목수,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공장 기술자,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젠더 이분법 뭉갠 언니들’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야기 손님으로 건설현장 목수,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공장 기술자,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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