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시장이 해법일까요
[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시장이 해법일까요
  • 김동조
  • 승인 2018.11.26 15:10
  • 수정 2018-11-28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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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오래도록 다양한 현장 경제를 경험해온 김동조 대표가,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그러나 어려운 경제를, 여성신문 독자를 위해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Q: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자 택시업계가 크게 반발하더라고요. 기사님들은 파업도 하고요. 카풀이나 타다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면 업계 전반의 서비스가 향상될 거라고 보는 사람들과 그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시장에 맡기는 것이 답인가요? 다른 교통수단이 계속해서 등장하면 택시 기사님들은 제게 더 이상 반말을 하지 않게 될까요?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A: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많으시네요. 인사를 해도 받지 않고 행선지를 이야기했는데 대꾸도 없던 경험이 저도 많습니다. 부산 여성이 서울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자신이 부산 사투리를 좋아하니 “오빠야” 한번 해주면 안 되겠냐고 계속 귀찮게 하더라는 괴담에 가까운 얘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택시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었죠. 하지만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택시 이외의 고급 교통수단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어느 도시든 택시가 있지만 모두 같지는 않아요. 개인택시와 회사택시의 비중도 도시마다 다릅니다. 싱가포르의 택시는 대부분 회사택시지만 도쿄 택시의 35퍼센트는 개인택시입니다. 택시를 타는 승객의 목적도 많이 다릅니다.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는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죠. 런던 택시 수요의 60퍼센트는 외국인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택시는 고급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대중 교통수단에 더 가깝습니다. 뉴욕, 런던, 도쿄, 파리와 같은 도시들과 비교하면 요금도 저렴하죠. 한국은 승객에 비해 택시가 많은 편이고, 다른 도시에 비해서 교통 분담 비율도 훨씬 높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택시 비즈니스의 본질은 서비스업이 아닌 금융업입니다. 택시회사는 기사들에게 차량을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죠. 택시 기사의 수입은 매출에서 임대료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뉴욕, 런던, 파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이런 식으로 택시를 운영합니다. 뉴욕의 택시 기사들 중에는 이민자가 많습니다. 목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죠. 한국은 택시 임대료가 사납금입니다. 택시 기사는 하루 12시간을 빌리는 대가로 13만원을 냅니다. 13만원보다 더 벌어야 수익이 생기죠. 카카오앱이 보편화된 후 전반적으로 택시기사의 소득이 올랐지만 여전히 택시기사의 소득은 버스기사의 소득보다 낮습니다. 개인적인 편차도 크죠.

택시 사업은 크게 배회영업과 예약영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모범택시를 포함해 서울의 택시는 배회영업이 기본이죠. 우버 블랙과 카카오 블랙이 예약영업으로 운영되는 택시라고 볼 수 있고요. 배회영업을 하는 택시는 손님을 다시 만난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를 좋게 유지할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더 많은 매출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배회영업을 하는 택시가 좋은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은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예외적인 도시가 도쿄인데 도쿄의 택시비는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고, 택시 기사들 중에는 월급을 받는 경우도 많죠. 배회영업을 하는 택시의 속성에 예약영업의 형태를 가미해 만든 것이 카카오앱입니다. 이런 속성 때문에 카카오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것보다는 서비스가 좋다고 느끼게 되죠.

서울에서 저는 타다를 자주 이용합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량이 배정되는데 기사는 제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에 승차 거부를 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엄격한 운행 매뉴얼 덕분에 기사가 무례하게 구는 걸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우버와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둘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소비자는 가격에 비해서 좋은 서비스를 대안적으로 누릴 수 있지만 택시는 고객을 빼앗기죠. 그래서 택시 업계가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것도 놀랍지 않아요. 하지만 반대만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탄생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법이 허용하는 사업만 할 수 있는 경제는,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는 경제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하라는 것만 해야 한다고 교육받고 자란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한 모두 할 수 있다고 격려 받고 자라난 아이를 이기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죠. 혁신은 창의적인 생각에서 나오고 창의적인 생각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없이는 불가능해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가능하죠. 물론 정부는 막강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못하게 막을 수 있죠.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보편화된 서비스를 막는 것은 시계 바늘을 세울 뿐 시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시계 바늘을 멈춘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나라는 가난해집니다.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dongjo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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