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별·낙인 겪는 ‘누공’ 환자, 미소를 되찾다
[기고] 차별·낙인 겪는 ‘누공’ 환자, 미소를 되찾다
  • 남권형 KOICA 서아프리카실 실장
  • 승인 2018.11.19 08:13
  • 수정 2018-11-21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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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최대 10만명 여성
‘산과적 누공’으로 고통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치료 조차 받기 어려워
산과적 누공 환자였던 여성. KOICA의 ‘여성 누공 치료 및 예방 사업’을 통해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한국국제협력단
산과적 누공 환자였던 여성. KOICA의 ‘여성 누공 치료 및 예방 사업’을 통해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한국국제협력단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질병이나 단지 허약한 상태가 아닐 뿐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즉, 개인의 건강, 그리고 건강한 삶을 위해선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구 반대편 코트디부아르에는 아이를 낳다가 생긴 질환으로 인권을 침해받고 사회적 차별과 낙인에 고통 받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이 겪는 질환은 ‘산과적 누공’이다.

산과적 누공은 난산 중에 태아가 여성의 질벽과 방광, 직장을 오래 누르게 되면서 질벽에 발생한 구멍을 통해 소변과 대변이 수시로 흘러나오는 질환이다. 흘러나온 대소변은 심한 악취와 더불어 감염병 및 각종 합병증을 야기한다.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산과적 누공은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지역사회 ‘내 인식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지역주민들은 여성 환자들이 정결하지 않거나 저주를 받았다고 여기기도 하며, 심지어 성병으로 잘못 인식해 전염을 우려해 사회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가정과 지역공동체에서 쫓겨나고 경제활동이 어려워지게 된다. 심지어 우울증과 소외감으로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매년 전세계 약 5~10만명의 여성들이 산과적 누공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 중 95%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및 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한다. 코트디부아르를 포함한 산과적 누공이 발생하는 국가의 초혼 연령은 대개 20세 미만인데, 어린 여성들은 신체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해 난산을 겪을 확률이 높다. 가부장적인 문화 속 여성들은 병원 방문과 같이 신체와 밀접한 선택권마저 남편의 통제에 놓이기도 한다. 여성들의 낮은 자기결정권은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경제적인 문제도 충분한 산전검사와 누공질환 예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에는 병원 교통비, 진료비 등 개인적 부담뿐만 아니라 열악한 국가 재정으로 인한 의료시설과 인력 부족 문제가 모두 포함된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산과적 누공의 다양한 경제, 사회문화적 원인들을 해결하고, 환자들을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해 2010년부터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코트디부아르에서 ‘여성 누공 치료 및 예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KOICA는 1차 사업(2010년~2015년)을 통해 지역 진료소와 이동의료시설에서 여성 환자 1,208명에게 무료 수술을 제공했다. 2016년부터 진행 중인 2차 사업은 질환 치료를 넘어 △치료 여성의 사회복귀 △질환 예방을 위한 보건시설과 의료진 역량 강화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포함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 결과 2018년 6월 기준(1·2차 사업성과 합계), 1984명의 여성들이 수술을 받았다.

치료받은 여성들의 사회복귀 성과도 긍정적이다. 소득증대 사업에 참여한 여성 575명 중 96%가 가족으로 복귀해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거나 학업을 재개했고 소득증대 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회에 복귀했다.

KOICA는 주요 의사결정권을 갖는 남편의 태도와 관념이 여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 현지에서 남편학교를 70회 운영하며 누공질환과 모성보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4개 산과시설의 개보수와 장비 및 소모품 보급, 보건인력 훈련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거시적인 사업 성과도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KOICA의 지속적인 누공 퇴치 사업의 영향을 받아, ‘2016-2020 국가보건개발계획’에 최초로 산과적 누공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전략을 포함시켰다. 또한 정책의 실행전략으로 ‘누공치료 확산 국가전략 2018-2020’을 수립했다.

하지만 산과적 누공 퇴치를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하다. 코트디부아르의 정치적 불안과 열악한 사업 환경 등 헤쳐 나가야 할 위험들이 산재하지만, KOICA는 1차 사업부터 지속되어 온 코트디부아르 보건부, UNFPA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KOICA의 노력이 코트디부아르의 가장 취약한 여성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는 희망이 되기를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남권형 KOICA 서아프리카실 실장
남권형 KOICA 서아프리카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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