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회장님~

용인은 회장님 천국이다.

누가 누군지 분간을 잘 못하는 나같은 사람도 “회장님~” 하고 부르면 상대방이 기억하니 큰 무리없이 지낼 수 있어 다행이다. 그야말로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에다가 ‘얼굴도 몰라’까지 더하니 번번이 호칭 때문에 애를 먹는다. 어딜 가나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정말 답답하다.

처음에는 수많은 단체를 외우느라고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 보는 단체와 낯선 이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간 다른 세상에서 살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사실 그 동안은 직업이 글 쓰는 일이다보니 일상적인 삶과는 조금 달리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나이 사십 중반에 새롭게 동네와 관련해 일을 하려니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니다.

이 단체가 저 단체고, 저 단체가 그 단체 같고, 또 요 단체가 조 단체인가 해서 쩔쩔맸다. 시민단체 이름들은 어찌나 긴지 줄여서 부르는 게 보통 10자 이상 넘어가고, 20자 가까운 것도 흔하다. 게다가 각 단체마다 회장이나 공동대표, 공동위원장까지 합하면 머리 속에 종종 버그가 일어나 부팅이 잘 안됐다.

단체 안에는 공동집행위원단, 행사집행고문위원단, 당위원회 고문대책위원단 하는 식으로 각각 장들이 또 있으니 평소 내 실력으로 그 많은 걸 다 외워 적재적소에 맞는 호칭으로 부른다는 건 불가능하다. 용인의 각 단체들 이름만 적어도 A4용지로 몇 장은 될 거다. 내가 알고 있는 대외적인 게 이 정도고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다 적당한 호칭을 찾았다.

무슨 대표나 어떤 위원장을 부를 때 서로 편하게 회장이라고 부르는 걸 알았다. 그 뒤로는 ‘회장님~’ 하나로 통일해 부르니 만사형통이다. 사실 예전에는 이런 일들과 무관하게 살아와서 처음에는 정말 ‘딴세상, 딴나라’에 온 기분이었다. ‘물 설고, 말 설고’하는 말처럼 어찌나 낯설던지…. 386도 아니고 286급이니 더 고생했을 거다.

‘몽땅 내 사랑’에 나오는 노래 말, 혹시 생각나세요?

길을 가다가 사장님 하고 살짝 불렀더니 열에 열 사람 모두가 돌아본다는 현미의 노래, 아시는 분 계셔요? 그렇다면 그대는 40대거나 50대 이상이겠군요. 어쨌거나 용인은 회장님 천국이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사장님 하는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길가다가 회장님~하고 부르면 열에 열 사람 모두 돌아볼 것만 같다.

어라? 저~어기, 회장님! 회장님!! 왜 안 돌아보세요? 네? 사무국장님이시라구요?

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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