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스펙 준비 없이 열정과 간절함으로 취업을 준비하면 되는 걸까요?
[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스펙 준비 없이 열정과 간절함으로 취업을 준비하면 되는 걸까요?
  • 김동조
  • 승인 2018.11.09 10:24
  • 수정 2018-11-0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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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오래도록 다양한 현장 경제를 경험해온 김동조대표가,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그러나 어려운 경제를, 여성신문 독자를 위해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Q: JYP의 창업자 박진영이 학벌, 성별, 인맥과 상관 없이 열정과 간절함을 기준으로 면접을 본 후 슈퍼 인턴을 뽑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10% 넘어가는 것보다 취업과정이 공정하지 않은 게 더 문제라는 일갈이 가슴에 와닿네요. 하지만 과연 스펙에 대한 준비 없이 열정과 간절함으로 취업을 준비하면 되는 걸까요?

취업박람회 ⓒ이정실 사진기자
취업박람회 ⓒ이정실 사진기자

A: 열정과 간절함은 인간이 삶을 살아갈 때 있으면 좋은 덕목입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열정과 간절함만으로 되지 않는 일도 많습니다. 어려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개발하거나 글로벌 경쟁사들과 경쟁해 수주를 따야 하는 기업의 입장이라면 열정과 간절함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기술과 사업 능력이 필요합니다. 학벌이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일이란 의미도 됩니다. 연예기획사라는 곳은 전문성보다는 화제성이 더 절실한 곳이라고 가볍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박진영은 청년 실업률이 10% 넘어가는 게 문제일까 아니면 취업과정이 공정하지 않은 게 문제일까 심각하게 자문하고 있는데 어느 것이 더 문제인지 우열을 가르기 어려울 만큼 둘 다 곤란한 문제입니다. 청년 실업률이 10%가 훌쩍 넘어가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죠. 취업과정이 공정하지 않은 것은 그런 회사에 지원하는 개인보다 회사에게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 취업과정을 가진 회사의 미래가 밝을 리 없으니까요.

열정과 간절함이 있는 인간이라면 이미 스펙도 좋게 쌓았을 것이고 열정과 간절함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다면 좋은 스펙에 열정과 간절함까지 겸비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펙보다는 열정이 훨씬 정량화하기 어려운 지표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더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간절함이야말로 잘못된 열정입니다. 기준이 정량화할 수 없고 자의적이라면 대부분의 지원자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낄 겁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여성신문

경제학은 기업이 학벌이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이유를 학벌이 좋으면 실력도 좋다는 신호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실력이 좋은 사람을 찾는 회사는 학벌이 좋은 사람을 선호하면서 탐색 비용을 줄이려고 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평판이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학벌만으로는 실력이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평판이 좋은 대학에서 낮은 학점을 받은 사람과 평판이 좋지 않은 대학에서 높은 학점을 받은 사람 중 누가 더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따라서 회사는 학벌 이외에서도 여러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합니다.

영어가 업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사라면 영어 점수를 중요한 입사 기준으로 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훌륭한 디자이너를 뽑아야 하는 패션 관련 회사라면 공모전 입상 여부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토익 성적보다 우선해서 보겠죠. 아주 큰 대기업들 중에는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 때문에 대중이 납득할만한 기준을 제시하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진 회사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펙을 보지 않은 회사가 좋은 회사가 아니고 좋은 회사일수록 자신들이 어떤 스펙을 선호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취업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회사 자신에게 손해라는 말을 했는데 나쁜 인재를 뽑으면서 회사가 살아남아 성장하기는 어렵죠.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마주한 회사일수록 좋은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를 뽑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죠. 자신의 운명이 걸려있으니까요. 이런 회사들에게 취업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회사의 주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회사도 있습니다. 소위 공기업이라고 알려진 회사들입니다. 이들 회사들은 임금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망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일단 고용되면 정년까지 보장됩니다.

공기업의 입사 과정에 부정이나 청탁을 하는 것은 민간회사의 경우와 달리 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런 현상을 방조하는 것은 감사기관의 직무유기입니다. 공기업은 아무래도 민간기업에 비해서 급여수준이 낮고 업무환경도 지루합니다. 그런 공기업에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가고 싶어한다면 그 나라 경제는 이미 많이 침체된 상황이라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현상이 있다면 빨리 개선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점점 희망 없는 경제가 됩니다. 이런 회사에 입사하려는 열정과 간절함은 개인적으로는 소중할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스위스의 청소부 임금은 한국의 청소부 임금보다 훨씬 높습니다. 한국의 청소부 임금은 베트남의 청소부 임금보다 훨씬 높습니다. 실력에 큰 차이가 없는 청소부의 임금이 나라별로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스위스가 한국보다 그리고 한국이 베트남보다 착한 나라여서 아니라 다른 나라가 만들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스위스, 한국, 베트남의 순서로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청소부와 같은 비교역 서비스 부문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교역부문의 생산성이라고 봅니다. 즉, 교육 수준이 낮고 별다른 기술이 없는 사람들의 임금 수준은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을 가진 이들의 생산성에 의존합니다.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을 가진 이들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이 나아집니다. 그래서 그런 인재를 확보하지 않으면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미래도 어둡겠죠.

이제 결론을 말해야 할 때군요. 열정과 간절함으로 스펙을 준비하세요. 단, 진짜 필요한 스펙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바랍니다.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dongjo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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