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운동 역사성, 젠더정의 세울 때 전환점 맞을 것”
“5·18운동 역사성, 젠더정의 세울 때 전환점 맞을 것”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8.11.08 20:32
  • 수정 2018-11-08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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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 회장

38년 만의 첫 증언 아냐,
1989년 청문회 때 성폭력 피해 외면

개인 증언 아닌, 국가가 증명한 성폭력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 회장
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 회장

 

2018년 10월 31일. 5·18민주화운동 성폭력 범죄 진상조사단이 결과를 발표한 이날은 광주 여성들에게 역사적인 날이 됐다. 국가에 의한 성폭력이 38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에 의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 6차 보상까지 유공자 중 여성은 5.2%인 295명이다. 이중 성폭력 피해자로 기록된 이는 거의 없다. 그동안 5·18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기 위해 활동해온 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 회장은 “가부장제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문제는 늘 역사 속에서 가려져 왔다”면서 이번 국가가 나서서 진상조사를 하고 국가의 폭력을 증명해낸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피해사실조차 숨기고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이 국가의 조사를 통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이고, 우리 사회에는 젠더 정의를 올바르게 세우는 일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미투운동에 힘입어 38년 만인 올해 목소리를 낸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간헐적으로 이어져왔고, 그것을 국가와 사회가 외면해왔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국회가 구성하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추대돼 활동을 앞두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를 어떻게 봤나.

“정부가 발표한 것은 의미가 굉장히 크다. 그동안 여성들이 증언을 했다. 1989년 광주청문회 때도 있었지만 성폭력을 피해로 생각하지 않았다. 성폭력은 성폭력방지법이 만들어지면서 젠더피해로서 자리매김된 건데, 그전까지 성폭력,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그런 여건에서 1989년 상황은 총 대검 구타 등으로 받은 피해만 피해로 생각했지, 집단 윤간, 성폭행, 성고문 가혹수사는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묻혔다. 그 후 5.18 관련 단체에서 한때 광주항쟁 이후 정신병원 있었던 사람들을 조사한 적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런 성폭력 피해 내용이 좀 더 드러나게 됐다. 또 그동안 매년 5월만 되면 ‘이유없이 아프다, 전두환을 죽여야 한다,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던 이들이 있었는데, 조사 결과 이들이 바로 성폭력 피해자들이었다.”

조사 기간에 피해를 직접 신고한 인원은 12명이다. 실제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

“이제 조사를 시작했고 아직 말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충분히 감안을 해야 한다. 사례를 보면 시위하면 전쟁 상황인데 도망을 치다 코너에 몰려서 잡히면 트럭에 싣고 산으로 데려가서 집단 윤간을 했다. 성폭행 할 때도 저항하면 만신창이를 만들었다. 당한 여성들은 대부분 정신병 앓거나, 분신해서 죽기도 했다. 수량적으로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면 안 된다. 피해자들이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중요한 건 이번 기회를 통해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국가폭력이고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느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본질에서 맥이 맞닿아 있다.”

피해자 개인이나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서 더 많은 피해자가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조사는 기간도 짧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사권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문헌조사 중심, 접수된 피해사실 중심으로만 했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 진상조사가 가능하다. 가해자 조사, 더 많은 피해자에 대한 광범위한 홍보를 통해서 더 많이 접수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당시에 파견된 군인들이 광주 항쟁 때 성폭력을 가했다고 말을 무용담처럼 했던 군인들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군인도 당시에는 무용담으로 받아들였는데, 미투운동 이후에 그것이 성폭력임을 인지하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더 찾아야 한다. 현재 특별법의 진상규명 범위에 ‘성폭력’이 포함되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

성폭력이 몇몇 군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나.

“우선 기강이 엄격한 군대에서 성폭행했다는 게 단지 개인의 일탈 행위인가 의문이 든다. 1980년 5월21일 집단발포로 희생된 사망자들의 검시조서를 보면 총상의 부위가 남성들은 두상 또는 흉상인 반면 여성들은 하복부를 겨냥한 것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5·18민주화운동은 전쟁에서 적군에게 저지르는 것과 같은 성폭력, 성폭행 등 국가폭력이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성폭력이 묵인된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5·18 성폭력 진상규명은 5·18민주화운동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

“젠더 문제는 사회 총체적 문제에 관통하고 있다. 젠더정의를 세우는 일은 무엇보다 본질적인 문제이다. 인간존중, 생명존중의 가치가 중추적 사회원리가 될 것이다. 젠더 정의를 올바르게 세움으로써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성이 미래사회 지속가능한 보편적 가치를 갖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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