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회 미투 보도 632편 모니터링
성폭력 가해 행위 상세히 묘사하고 
가십 보도, 가해자 동정 보도 여전
“기자는 사회적 약자 입장에 서야

올 2월15일 방송한 TV조선 '신통방통'의 한 모습. 피해자의 얼굴은 가렸다. ⓒTV조선
올 2월15일 방송한 TV조선 '신통방통'의 한 모습. 피해자의 얼굴은 가렸다. ⓒTV조선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늘었지만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준 보도도 상당하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이하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미투 관련 보도와 관련해 지상파 3사(KBS2, MBC, SBS), 종편 4사(채널A, MBN, TV조선, JTBC)의 18개 시사토크프로그램 632편을 분석한 결과 총 388건의 문제 건수가 발견됐다.

미디어운동본부는 #미투 운동이 촉발된 2월과 3월, 그리고 7월에 각각 방영된 시사토크·연예오락프로그램 총 24개 693편을 모니터링해 이 같은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모니터링 기간에 대해 “2월과 3월은 미투 흐름이 시작된 시점이었고 7월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사건 재판 결과가 있어 이렇게 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된 건 ‘논점 없이 가해 행위만을 자세히 묘사한다’(14.9%)는 점이었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지난 2월15일 방송된 TV조선 ‘신통방통’에서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피해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 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는 말한 내용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또 ‘성폭력을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다루거나 정치적 공방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여과 없이 보도’(12.2%)와 ‘가해자의 업적을 부각한 동정론적인 보도’(11.4%), ‘성폭력 사건의 가십거리 보도’(8.9%)도 많았다.
지난 7월3일 MBN ‘뉴스 빅5’에서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측 증인 이야기를 다루면서 “여성지지자들이 질투”라는 화면을 내보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내용과 상관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연예오락프로그램 6개 61편 중에서는 총 68건의 문제가 지적됐다. ‘성폭력 가해행위의 폭력성을 희석시키는 용어로 사건이나 가해자를 지칭’(17.6%)이 가장 많았다. 언론에서 성폭력 대신 성추문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3월 4일 MBC ‘섹션TV연예통신’에서는 미투 관련 보도를 하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용어를 썼다. 시청자에게 성폭력 고발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는 식의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됐다.
 

올 3월 4일 방송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미투 관련 보도에 반복적으로 '판도라의 상자'라는 용어를 썼다. ⓒMBC
올 3월 4일 방송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미투 관련 보도에 반복적으로 '판도라의 상자'라는 용어를 썼다. ⓒMBC

‘논점 없이 가해 행위만을 자세히 묘사’(13.2%)가 뒤를 이었다. ‘성폭력 사건의 가십거리 보도’와 ‘성폭력에 대한 심층 취재 없이 가해자 변명 입장 받아쓰기’가 각각 9건(13.2%)이 세 번째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언론과 기자로서의 역할과 사회적 책무에 대해 물었다.

이소라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연구위원장은 “피해자에게 큰 상처가 되는 게 최악의 보도라고 본다”면서 “사회적으로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BBC에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기자는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에 서야 된다는 말이 있다. 이해의 충돌이 나왔을 때 약자 입장에 서는 게 공영언론의 책임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성추문이라는 용어를 써서 성폭력 사건을 돌려 말해서는 안 된다”며 “좀 더 명확한 용어를 쓰는 게 맞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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