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를 향한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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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시장 골목을 들어가다 보면 화려한 영문 간판 사이로 ‘곱창전골’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언뜻 보아서는 허름한(?) 전골전문 식당 같아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 집 술집 맞아”라고 말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곱창전골’은 70∼80년대 포크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추억의 보고와 같은 집이다. 한대수의 <물좀 주소>부터 노찾사, 김광석의 노래까지 수천 장의 음반이 애주가들의 시름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불같은 청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오직 음악을 노래하는 시인이고 싶다는 이정열이 새 음반 4집을 냈다. ‘난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가슴에 깊이 심어져 감성을 먹고 자라는 차마 베어버릴 수 없는 노래하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이정열의 이번 음반 제목은 <첫사랑>이다.

<첫사랑>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의 관조적이고 담백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곡이다. 온라인에서 더 유명한 윤민석의 곡도 있다. <다방구>는 작곡가 윤민석이 대학생활 중 수배를 받고 쫓기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만든 곡. 다방구라는 아이들 놀이에 빗댄 풍자가 재미있다.

노찾사 시절부터 다져진 시원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가창력과 정열적인 무대매너로 라이브 무대에서 꾸준히 팬을 늘려온 이정열은 이번 음반을 계기로 “이정열식 포크락을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변화 많은 음악의 주류 속에서 포크라는 뿌리깊은 나무를 튼실히 키워나가는 이정열의 열정에 다시 포크의 미래를 걸어본다.

윤혜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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