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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중심을 말하는 독립영화의 축제 ‘서울독립영화제 2002’가 지난 12월 20∼28일까지 열렸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충돌’.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는 항상 충돌을 통해 성장해왔다. 지난 80년대에는 제도권과의 충돌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했고, 최근에는 독립영화 진영 내에서도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영화들이 서로 부딪치고 있다. 더 크게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독립영화는 어렵다, 재미없다 라는 식의 관객의 시선과 끊임없이 충돌해 왔다”면서, “이번 영화제를 통해 이러한 충돌이 이끌어내는 새로움이 계속 재생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단편 일색의 다른 독립영화제와 변별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경쟁부분에 오른 총 467편의 출품작 중 단편 26편과 중편 12편, 장편 4편 등 42편의 본선 진출작이 상영됐고, 해외초청작으로 존 카사베츠 회고전과 영국 단편전을 여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이 중 장편경쟁부분에 오른 4편의 영화 가운데 인권 문제를 다룬 세 작품 <경계도시>(홍형숙 감독), <그들만의 월드컵>(최진성 감독), <먼지, 사북을 묻다>(이미영 감독)는 잔잔한 화제를 뿌렸다.

이전 <뻑큐멘터리>란 작품을 만들었던 최진성 감독의 <그들만의 월드컵>은 2002년 6월 4700만의 월드컵을 만들어낸 붉은악마의 열풍과 4강 신화의 흥분이 혹여 현실의 억압과 모순에 일조한 점은 없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그 이면에 존재했던 장애인과 노동자들의 인권과 억압을 통렬히 풍자 비판한다.

이미영 감독의 <먼지, 사북을 묻다>는 광주항쟁 한 달 전인 1980년 4월 21일 강원도 정선의 외딴 탄광촌, 사북 광부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전개한 3일간의 투쟁 이후 20년이 흐른 지금 전국에 흩어진 이들의 말못한 세월의 흔적을 따라간다.

부산영화제에서 첫 상영돼 관객의 관심을 끌었던 재독학자 송두율 씨의 인물 다큐멘터리 <경계도시>는 <본명선언>으로 알려진 홍형숙 감독의 작품이다. 한국 정부로부터 아직도 ‘간첩’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 입국금지 상태인 그가 33년만의 귀향을 앞두고 겪는 좌절과 통렬한 아픔을 잔잔한 터치로 그려내어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서울독립영화제 www.siff.or.kr

윤혜숙 객원기자 heasoo2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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