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jpg

극단 세미는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으로 김시우 연출의 창작극 〈명

퇴 이바구〉를 국립중앙극장 소극장에서 7일까지 공연한다. 〈명퇴

이바구〉는 〈품바〉에 이어 품바 배우 최성웅씨의 세상 타령 제2

탄.

대기업 간부에서 명예퇴직한 오달수는 실직한 사실을 가족에게 알

리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아 재취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IMF시대에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오달수는 퇴직금으로 창업을 계

획하지만 실패할 경우 가족들의 최후 생계비가 염려되어, 투자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지하철 외판원, 포장마차 설

겆이 등을 전전한다. 그러나 백면서생 오달수는 적응하지 못하고 이

내 그만 둔다. 가족에게는 재취업이 될 때까지 실직 사실을 숨기려

했으나 방황하던 중 사실이 들통나고 가족과 상의 끝에 퇴직금으로

창업을 계획하는데...

〈명퇴 이바구〉가 전하는 메시지는 사회 구성원으로 속해있는 한

개인이 자의든 타의든 사회를 이탈했을 때 겪는 번민이나 고립의 아

픔이 아니다. 그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올바르게 직시하면서 헤쳐

나가는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최악의 사태에 봉착했을 때

가족과 신뢰를 지키려 하고, 책임을 사회에 돌리기 보다 함께 통감

하는, 어려울수록 쉽게 무너지는 순수한 인간성에 대해 구심력을 잃

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자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연극은 풍자와 해학성을 톡톡히 활용해 자칫 암울하게 흐르기

쉬운 극의 흐름을 경쾌하게 잡았다. 또 다양한 아이디어 소품과 영

상(영화), 만담과 모노드라마 형식을 연극에 도입해 관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30여종의 타악기 및 외국 원주민 악기를 동원한 생음악도

현장감을 살렸다.

그러나 연극계 전반의 추세인 신파적 복고경향이 자칫 문제의 본질

을 흐릴 소지가 있고, 가장의 명퇴로 인한 가족의 어려움과 정리해

고의 문제가 남성의 문제만은 아닐진대 여성의 문제는 포착하지 못

한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신문〉독자는 표지의 쿠폰을 가져가면 〈명퇴 이바구〉를 무

료로 관람할 수 있다.

(02)766-1722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