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성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변영주 감독의 〈밀애〉가 선정됐다. 최악의 영화는 이미 제목에서도 예상되는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 이는 (사)여성문화예술기획이 전국 여성관객 1375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13일부터 27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다. 〈밀애〉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이유는 여성심리묘사가 섬세하고, 여성의 상처를 치유하며 여성간의 유대감이 있고 여성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

변영주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여성관객, 평론가, 여성 영화 저널리스트들의 지지는 오히려 빚처럼 느껴진다”며 “몸과 마음을 다해 지지해 준 것에 대해 정말 잘해야겠다는 의무감마저 생긴다”고 말했다. 변 감독은 또 “앞으로 영화에서 여성관객 확보에 주력할지 남성관객을 김기덕 감독에게 빼앗을지 고민 중”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국 최고의 여자배우로는 〈밀애〉의 김윤진씨가 뽑혔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긍정적이고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 사회적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여성이라는 측면에서다.

그는 “내 능력보다는 감독과 대표 덕분이다”며 “어떤 상보다 의미있게 받아들인다”고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최고의 남자배우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감우성씨로 자신의 욕망이나 언행 모두가 솔직한 점 그리고 가부장 사회에 따르지 않는 당당함이 여성 관객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최고의 남자배우를 평가함에 있어 흥미로운 점은 이제 관객들은 ‘부드러운 남성상’이 아닌 ‘여성에게 솔직한 자신을 보여주고 가부장제 사회에 몸담지 않은 독립적인 남성상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 상이 배우 생활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최악의 영화, 여자 배우, 남자배우를 〈나쁜 남자〉가 석권한 것에 대해서는 여성관객 모두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한편 이번 여성관객영화상에서 눈여겨볼 것은 최악의 영화 후보작으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선정됐다는 점이다. 이유는 장애 여성의 몸을 강간하려는 남성 주인공의 행위 때문.

영화평론가 권은선 씨는 “국내외 영화계에서 소위 ‘작가영화’ 혹은 ‘예술영화’로 분류되고 유통된 영화들이 여성 이미지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상업영화’ 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문제라는 사실을 여성관객들이 간파하고 있다”고 평했다.

동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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