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국, 한국의 네티즌은 위대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조성된 붉은악마의 젊은 청년문화, 그 월드컵 신화를 소파개정으로 다시금 재연해 내고 있다. 그것도 6개월전 붉은 악마들의 함성이 뜨거웠던 바로 그 광화문 현장에서 자생적인 불꽃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 연대,

그 새로운 시위문화 월드컵 신화 재연

지난달 30일부터 “광화문을 촛불로 태우자”는 한 네티즌의 발의로 시작된 광화문 촛불시위에는 지금껏 수천수만의 시민들이 가족의 손을 잡고 친구들과 연인의 손을 잡고 속속 모여들고 있다. 그것도 특정단체의 요구가 아닌 전국적인 제2, 제3의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위를 계획하고, 오프라인으로 그 연대의 모임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하나같다. 무죄평결 원천무효, 부시 직접 사과, 불평등한 소파의 전면개정이다.

이들 네티즌들은 특히 지난 95년 미군 3명이 일본 오키나와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범죄에 대해서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한 반면, 한국의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주한 미대사를 통해 간접사과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민족적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그 분노의 물결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모여 만든 불꽃은 지금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4일 드디어 대통령의 소파개선 지시가 내려졌고, 미국도 흔들렸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소파 개선책은 소파의 큰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초동수사 강화에 집중돼 있어 사태를 진화하기에는 어림없다는 지적들이다.

오히려 SOFA개정을 위한 집회는 전국적으로 또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주한미국 대사관 인근에서는 이와관련한 시민, 종교단체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지난 50년간 극소수의 양국 외교, 안보당국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한미관계는 이제 분명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평등한 한미관계를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은 지금 오히려 더 큰 활화산이 돼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혜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