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철학, 빈약한 정책 내놔

“대선후보 대부분이 빈곤한 문화적 철학과 이념을 갖고 있으며, 문화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구체성이 빈약하고 대안적 문화정책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부재하다. 뿐만 아니라 후보간 차별성도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과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문화연대) 등 21개 문화예술단체가 지난 22일 밝힌 대선후보들의 문화정책에 대한 총평이다. 이는 문화예술계가 지난 4일 각 후보들에게 보낸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문화예술계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경우 사회문화분야 부총리 도입, 부유세 신설 등을 통한 문화예산 2% 확보, 문화적 정체성 및 다양성 확보를 위한 양허요청안 철회와 세계문화장관회의 참여, 방송·언론 공공성 강화, 표현의 자유 보장, 여성문화권 신장, 문화교육, 남북문화교류 등에 있어 타 후보에 비해 우수한 공약들을 내걸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문화분야 조직 및 기구운영, 문화예술 진흥, 체육, 문화유산, 관광정책 등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경우 문화예술전문인 장관 임명, 문예진흥원 개혁 등을 통한 문화기구 자율성 증대, 양허요청안 재조정 등 문화적 다양성과 자율성, 창의성을 강조한 점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비교우위를 지녔고, 방송·언론의 자율성 및 공공성 강화, 시청자 주권에 대한 의지 피력, 청소년, 문화예술진흥, 체육, 지역문화균형발전, 남북문화교류 등에 있어서 비교적 구체적인 공약을 내걸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신 문화예산규모와 적정 문예진흥기금 규모에 대한 입장회피나 표현의 자유 문제에 있어 국가 국가보안법 폐지 후 대체입법화, 선택등급제 도입 검토, 형법 개정 검토 등 ‘현실론’적 근거를 제시하며 일정 부분 유보적 입장을 취해 아쉬움을 남겼다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경우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 정체성과 문화산업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문화분야 WTO 양허요청안 제출을 철회하고, INCP(세계문화장관회의) 참여를 약속한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전 방송에서 후보 본인이 취한 입장과 이번 답변의 입장이 달라 그 진의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표현의 자유, 청소년 보호정책, 남북한 문화교류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 냉전적 사고 방식을 유지하고 있음이 확인됐고,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정책이 미비한 점과 독자적인 문화정책이나 비전이 없음이 지적됐다.

동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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