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이래 14년 동안 여성신문은 일간지 등에서 가십거리로 취급했던 여성문제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슈화함으로써 다른 매체의 기자들이 여성뉴스를 중요하게 다루도록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현재 한국 언론에서 여성뉴스가 차지하는 위치와 여성뉴스를 늘리고 다양화하기 위한 방안을 언론현업에서 일하는 여기자들과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02년 10월 12일 오후 1시

여성신문사 회의실

참가자 이나리 신동아 기자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

김아리 한겨레 기자

황지희 참여사회 기자

사 회 이정주 여성신문 사회팀장

사회:각자 하는 일을 소개하면서 좌담을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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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리 한겨레 기자

김아리:한겨레신문에서 여성섹션을 맡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일간지 중 유일하게 여성섹션을 따로 갖고 있는데 여기자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현재 일간지 가운데 여기자 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직책에도 여기자들이 많은 편이예요. 일간지 최초로 여성 사회부장이 탄생했고 논설위원에도 2명이 있고. 2년마다 국장 선거가 있는데 그때 여기자들이 힘을 합쳐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여성섹션 신설을 내걸게 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2년 전 여성섹션이 만들어졌어요.

전홍기혜:프레시안이라는 인터넷 신문에서 정치분야를 맡고 있는데 여기자가 저 하나뿐이다 보니 여성관련 뉴스도 제가 커버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인터넷 신문이니까 조회수가 중요한데 그러다 보니 여성뉴스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성폭력사건을 주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정치·국제뉴스는 조회수가 낮아도 신문 정체성상 중요한 기사로 다루고 있는 현실과 많이 대비되죠.

취재 중 각 분야 여성전문가 찾기 힘든 점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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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신동아 기자

이나리:지금은 신동아에서 경제와 인터뷰 고정꼭지를 맡고 있지만 이전에 다른 일간지에 있을 때 생활면을 주로 맡았어요. 여성지처럼 신변잡기의 가십거리가 대부분이었는데 여성뉴스도 그런 가십거리 취급을 많이 받았어요. 신동아에서는 여성뉴스를 다룰 기회가 거의 없어요. 다만 1년에 한두 번씩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문제를 다룰 때가 있는데 그때는 월간지라는 매체의 특성상 심층보도를 할 수 있거든요. 그런 기회를 활용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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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희 참여사회 기자

황지희:월간지인 참여사회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기자는 저 하나밖에 없어요. 기획회의 때 여성뉴스 관련 아이디어를 내면 편집장과 다른 기자들이 그런 건 여성신문이나 이프에서 할 테니까 굳이 우리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자르기 일쑤예요.

:여기자가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제 경우는 부장이 여성이다 보니 제가 낸 제안이 잘린 적은 없어요. 여기자들이 많다보니 힘을 받기도 하구요.

:꼭 여성뉴스가 아니어도 저는 지면에 여성을 많이 등장시키려고 노력해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거나 칼럼 등 외고를 부탁할 때 가급적 여성을 찾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각 분야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이 참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그것 자체가 여성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요.

:저도 그런 노력을 많이 하는데 여성 필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여성 필자들에 대한 사이버테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성들이 진중권씨나 강준만씨같은 도발적 글쓰기를 한다면 대번 인신공격을 당할 거예요. 김정란씨가 대표적 경우인데 인터넷 상에 사생활이 공개되는 등 인신공격이 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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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

전홍:그건 여기자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인터넷신문을 가리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대안매체라고 하지만 여성에게는 사이버 성폭력이 자행되는 위협적인 공간입니다. 프레시안에 오기 전에 오마이뉴스에 있었는데 제가 쓴 기사에는 유독 인신공격성 답글이 많이 달렸어요. 제 글의 객관성을 문제삼기도 하구요.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게릴라기자들 중 여성들은 글쓰기를 꺼려 이들의 글이 점차 줄어들었고 자연히 여성뉴스도 줄어들게 됐어요.

:여성들이 스트레스에 강해질 필요가 있어요. 여기자가 저 하나뿐이다 보니 저도 산전수전 다 겪게 되는데 플레이보이같은 잡지를 보내오는 사람도 있고 전화해서 대뜸 여기자 바꿔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여기자가 만만하니까 부탁하면 쉽게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전화를 받으면 기자 바꿔달라는 경우를 많이 당했어요. 저도 기자라고 말하면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남자 기자가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럴 때면 화가 많이 나죠.

:기자 경력 10년이 넘다보니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는데 저는 전화 받을 때 어투가 달라져요. 위엄 있는 목소리로 ‘하십니까’ 투로 말하는 거죠. ‘했어요, 하세요’ 이렇게 말하면 당장 얕보고 들어와요. 취재원과의 관계에서도 저는 사생활을 절대 드러내지 않아요. 그런 질문이 나오면 두 번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확실히 하고 넘어갑니다. 여기자들 중에는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일부러 사생활 얘기를 먼저 꺼내는 사람이 있어요. 여성들이 인맥을 만들기가 힘드니까 그런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가죠. 그러나 그런 관계는 처음에는 덕을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손해예요. 취재원이 그 사람을 기자로서가 아니라 자연인으로, 여자로 대하게 되니까요.

:취재원들은 남기자들에게는 사생활에 관해 물어보지 않아요. 그런 질문은 여러 번 만나 가까워진 뒤에나 꺼내거든요. 기사의 객관성 시비도 여기자에게만 걸구요. 저는 부모성 함께 쓰기를 하고 싶어도 제가 페미니스트라는 걸 드러내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 같아 망설이게 됩니다.

:기자들끼리 회식자리에 가면 늘 여기자들이 쓴 기사가 도마 위에 올라요. 남자들이 쓴 기사에 대해서는 모두들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으면서요. 우리나라 언론의 남성중심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이정빈 외무부 장관의 성희롱 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빈 외무부 장관이 울브라이트 미 국무부 장관에게 했던 성희롱 발언을 듣고 여기자들은 모두 뚜껑이 열렸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남기자들은 웃고 넘기더라구요. 여기자들이 기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니까 남기자들이 나라망신이라고 반대해서 결국 빠졌어요. 그걸 기사화한 곳은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자들과 여성뉴스가 일반 언론매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남성들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사에서 기자의 감정을 숨기고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글을 쓰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해요. 취재원과의 관계에서도 여기자들은 지나치게 취재원을 배려합니다. 물론 취재원을 이용해서는 안되지만 취재원이 상처 입을까봐 정작 물어봐야 할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여성면을 맡기 전에 1년 동안 문화부에서 출판담당을 했는데 그때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많이 소개했어요. 그럴 때마다 남자 부장선배가 제 기사에 대해 트집을 잡았는데 그 이유가 우선 그 선배 자체가 페미니즘 색채를 강하게 띤 책에 대한 거부감이 컸고 둘째, 이제까지 나온 책들과 비교해 새로울 게 없다는 거고 셋째, 제가 저자에게 경도돼 너무 편향적으로 글을 썼다는 거예요. 제 기사가 잘리지 않기 위해 글을 쓸 때마다 그 남자 선배를 설득하려면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그게 지금 여성뉴스를 쓰면서 제 글을 읽는 남자독자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회:여성뉴스는 소재가 빈약하고 반복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여성뉴스의 소재가 성폭력·가정폭력에 지나치게 한정된 면이 있어요. 현실이 바뀌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여성단체들이 이슈 개발을 소홀히 한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기자로서 제 역량의 한계도 있구요. 고학력 중산층으로서 제가 접하는 영역이 한정되다 보니 기사에도 반영이 되는 거죠.

여성들 오지랖 넓게 나서고

사회적 비난에도 강해져야

전홍김:여성 내부의 차이를 인정하면 여성뉴스도 다양화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흔히 여성들이 한목소리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자 스스로도 그런 통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동일한 사안을 두고도 여성들 내부에서 이견이 많잖아요.

:기자는 의심하는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예를 들어 북한 여성응원단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북한 미녀들’이란 식으로 접근을 했는데 몇몇 여기자들이 여기에 대해 ‘삐딱하게 보기’를 했어요.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여성계 목소리에 대해서도 이런 ‘삐딱하게 보기’가 필요해요.

사회:언론 지면에서 여성뉴스를 늘리고 여성뉴스를 다양화하는 것과 아울러 다른 기자들의 기사에 반영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어떻게 바꿔낼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여기자들의 발언권이 커지는 것이 중요해요. 오지랖도 넓어야 하구요. 신동아의 경우 남기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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