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100여개 연구팀에 젠더 트레이닝 실시

“일단 모닝커피를 마시며 수다 좀 떨다가 한 11시나 돼서야 일을 시작한다. 12시가 되면 점심식사를 하고 동료들과 함께 커피 한 잔. 또 다시 한두 시간 수다를 떤 후 한 서너 시간 일한 다음 퇴근한다.”(남성 응답자)

“주어진 일만 하면 될 것이다. 야유회 계획 등의 업무외 일들은 더 이상 맡을 필요가 없을 테고. 인정받기 위해 내게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승진도 지금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여성 응답자)

위 글은 올 여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이틀간 실시된 젠더 트레이닝(Gender Training)에서 ‘내가 만약 다른 성으로 태어났다면 직장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참석자들의 답변을 요약한 것이다.

지난 6월 도르트문트 대학과 브레멘 대학 공동 프로젝트팀이 실시한 ‘젠더, 남성의 문제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트레이닝이 오는 21, 22일에 다시 열리게 됐다. 주최측은 교육·연구부(Bundesministerium fuer Bildung und Forschung)가 지원하고 있는 100여개의 연구팀을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훈련한다. 독립된 젠더 프로젝트팀이 다른 연구팀을 지원하고 있는 사실만 보면 최소한 독일학계에서는 남녀평등이 상당히 진척됐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젠더 프로젝트팀이 탄생하게 된 과정은 이런 기대처럼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독일은 2005년까지 사이버교육 선진국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100여개의 사이버교육 관련 프로젝트에 2천200억원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1999년 유럽연합국이 모여 남녀평등을 국가적인 의무로 규정한다는 암스테르담 조약에 서명해 모든 정책에서 남녀평등을 실현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교육 정책에서도 여성의 참여를 늘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교육·연구부는 100여개의 사이버교육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성촉진정책을 실천할 능력이 있는지도 고려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연구팀들이 보여준 노력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저조했다. 적지 않은 수의 연구팀들은 기존 남성중심의 교육문화를 고수하고 있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대부분 남성들로 이뤄진 연구팀들이 여성문제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성평등 문제를 연구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했던 연구원들도 이를 자신의 전공분야에 어떻게 적용할지 몰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었다. 즉, 여성학이 아닌 컴퓨터, 기술 분야를 전공한 연구원들에게 이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무리였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연구부는 뒤늦게 젠더 프로젝트팀을 설치한 것이다.

올 여름 실시한 젠더 트레이닝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참여동기에 대해 “남녀평등을 교육프로그램에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얻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내가 만약 다른 성으로…’로 가볍게 시작한 이 트레이닝은 ‘여성과 기술’이라는 주제의 연구발표, 소그룹 토론 등 시간이 감에 따라 그 깊이를 더해갔다. 이틀간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마친 연구자들은 성평등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같은 프로그램이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실시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젠더 프로젝트팀 공동대표인 도르트문트 대학의 지그리드 메츠괴켈(Sigrid Metz-Goeckel) 교수는 연구팀들을 남녀평등의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젠더 트레이닝 외에도 소식지 발간, 스터디 그룹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남성 위주의 현 컴퓨터 문화속에서 여성들이 가지는 어려움과 희망사항 등을 알리기 위한 연구작업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한나 독일 통신원, 독일 체육대학 여성학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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